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12월 9일’을 탄핵 마지노선으로 확정 제시했다.
새누리당은 비박계 일부를 제외하곤 ‘속전속결’식 처리에 반대하고 있지만 탄핵안 발의시 본회의 상정을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야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탄핵소추안에 담길 내용과 처리 일정 등을 협의했다.
◆야3당 원내대표 탄핵 협의 착수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 일정에 대해 “빠르면 12월 2일, 늦어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안이 표결되도록 하겠다”며 “모든 불확실성을 줄이고 앞으로의 정치 일정이 예측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 원내대표는 “탄핵에 집중하기 위해 여러 혼란스럽던 사안을 정리해가겠다. 국회 추천 총리 문제는 더 이상 검토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이날 원내대표끼리 만나 본격적인 탄핵안 문구 조율에 착수했다. 탄핵소추 자체는 ‘시간 싸움’에 돌입한 가운데 야권은 이제 ‘제3자 뇌물죄’를 탄핵소추안에 포함시킬지를 두고 고민하는 모양새다.
지난 20일 검찰이 발표한 최순실 등에 대한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과 공모 혐의에 ‘제3자 뇌물죄’가 포함되지 않았다. 공소장에 적시된 직권남용, 공무기밀 유출, 기타 범죄 공모 등만 포함하면 혐의 입증 시간을 단축해 헌법재판소 판결을 빨리 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제3자 뇌물죄’와 향후 특검·국정조사에서 나오는 혐의들까지 탄핵소추안에 포함시키면 입증에 많은 시간이 걸려 헌재 판결이 늦어질 수는 있지만 입증만 되면 헌재의 인용 판결을 더욱 확실하게 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탄핵추진실무준비단 간사인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이날 “지금 내용만으로도 대부분의 헌법학자가 탄핵 사유가 된다고 한다”며 “특검이나 국조 결과까지 기다리면 혐의가 더 나오기는 하겠지만 헌재 판결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박완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탄핵안은 한 번 내면 공소장처럼 중간에 혐의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것으로 안다”며 뇌물죄를 우선 탄핵소추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검찰 공소장 내용만으로도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 판단과 함께 뇌물죄 포함 여부 등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과정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탄핵추진단 관계자는 “증거 조사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헌재에서 빠르게 판단하게 하는 방법까지 고려해야 한다. 뇌물죄 추가 여부는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 비박 ‘사발통문’
야당의 ‘속도전’에 대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2일에는)민생예산 처리가 시급하다”며 “특검 절차도 진행되는데 밀어붙이기식으로 서두르는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절차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 피의자인 대통령이 입장을 소명하는 것을 듣고 탄핵소추안을 결정하는 게 맞다”고 야당의 압박 전술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다만 탄핵안 처리시 본회의 참석을 보이콧하자는 친박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불가능하다. 그런 식으로 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박계는 김무성 전 대표 측근들을 중심으로 탄핵 표 끌어모으기에 착수한 상태다. 이들은 비밀리에 ‘사발통문’을 돌리면서 탄핵 찬성 의원 숫자를 헤아리고 있다. 김성태 의원은 40명이 넘었다는 소문에 대해 “얼추 그런 것으로 안다”고 말했지만 과장된 숫자라는 의견도 있다. 김 전 대표 측이 철저히 ‘맨투맨’으로 개별 의원들의 의사를 취합하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숫자를 부풀릴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비박계가 주도하는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한 몇몇 의원은 “김 전 대표는 물론 누구에게든 찬성 의사를 밝힌 적이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며 “무기명 투표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비박계 일각에서는 “점령군 행세를 하는 야당도 꼴불견”이라며 “이 참에 개헌과 탄핵을 빅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3일 비상시국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은 “탄핵을 해주는데 우리 쪽도 얻는게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야당으로부터 국회내 개헌특위 구성 등 개헌 추진에 대한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야당은 차기 대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자 개헌에서 한발 빼는 모습이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에 따르면 개헌에 적극적이던 정세균 국회의장도 개헌특위 구성에 회의적 입장으로 돌아선 상태다. 탄핵을 매개로 다시 개헌론을 수면 위로 끌어내자는게 비박계 복안인 셈이다.
한편 이날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 의원 158명은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과 국정공백 해소를 위한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국회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국정수습 로드맵을 집중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엔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32명이 동참했다.
[신헌철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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