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5주째 열린 26일 서울 도심 촛불집회는 풍자와 패러디가 넘치는 시민축제 같은 분위기다.
집회 참가자들은 기발한 깃발과 손 피켓 등을 통해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풍자하거나 그들의 발언을 패러디하면서 무거운 분위기로 일관될 수 있는 집회 분위기를 밝게 했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머리 위에 얹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최씨 모습을 연출하는가 하면 박 대통령 가면을 쓴 채 포승줄에 묶인 사람도 등장했다.
말(馬)머리 가면을 뒤집어쓴 공연기획사 ‘최게바라’ 직원은 자신의 몸에 ‘유라꺼’라는 종이를 붙이고서 ‘1588-순실순실 OK! 대리연설’이라는 대리운전 광고물 패러디 피켓을 들었다.
광화문광장 중앙광장에는 박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진을 붙인 펀치 게임기와, 박 대통령의 2012년 대선 당시 로고인 ‘ㅂㄱㅎ’와 ‘새누리당’, ‘미르재단’, ‘검찰’, ‘대한민국 정부’, ‘삼성’ 로고가 적힌 종이를 붙인 두더지 게임기도 등장했다.
주최 측이 무료로 운영한 이들 게임기는 특히 부모와 함께 집회 현장에 나온 어린이 참가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다.
성균관대 학생 정지우(21)씨는 박 대통령의 가상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출력해왔다.
또한 4·16연대 등 세월호 관련 단체들은 대형 고래 모양의 풍선을 제작해 비행선처럼 하늘에 띄웠다. 이 고래 등 위에는 노란색 종이배 한 척과
뒤로는 세월호 리본을 매단 채 가면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걷는 세월호 가면 행진도 이어졌다.
1∼4차 촛불집회와 마찬가지로 ‘나만 비아그라 없어’ ‘하야하그라’ ‘퇴근혜’ ‘하야해 듀오’ 등 다양한 깃발도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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