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연루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그야말로 ‘뒤바뀐 운명’이라는 평가가 절로 나온다.
지난 2004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표결을 할 때와 반대의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당시 탄핵을 끌어가던 쪽은 이번에 탄핵을 막는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고, 반대로 탄핵을 온몸으로 막아내려던 쪽은 이번에 탄핵의 주역이 돼 있다.
탄핵 심판대에 오르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당시 탄핵을 주도했던 최병렬 대표 대신 수장으로 나서며, 민심의 역풍을 맞은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04년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탄핵소추위원이었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현재는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서 국회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불려나와 책임을 추궁당하는 신세가 됐다.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 역할을 맡아 김 전 실장을 상대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탄핵을 적극 독려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이날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선포할 정세균 국회의장은 12년 전 본회의장에서 의장석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던 열린우리당의 강력한 ‘탄핵 반대파’
12년 전 본회의장에서 의사봉을 두들겼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이번에 박 대통령의 조기퇴진을 건의했다.
또 2004년에는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가 이후 역풍을 맞았던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번 박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또다시 정치적 명운을 걸었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