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열린 수서발 고속철도(SRT) 개통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축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황 총리, 1인 2역 업무 수행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청와대와 총리실이 어떻게 업무를 분장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현행 법령에는 업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앞서 총리실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 협조하에 탄핵 이후 업무방식을 사전에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고건 전 국무총리 사례를 참조했다.
우선 황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업무는 청와대로부터 보좌받고, 기존 총리 역할인 행정부 콘트롤타워로서의 업무는 총리실로부터 보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 1인 2역을 수행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 비서실 역할은 외교·국방·치안 업무 가운데 반드시 필요한 일부에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는 총리실 기능과 조직이 약한데다 전문성이 높은 청와대 참모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관측이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외치와 치안 분야의 경우 담당 부처가 수시로 권한대행을 보좌할 테지만, 청와대 비서실의 해당 기능도 권한대행을 중점적으로 뒷받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머리’는 일부 빌릴 수 있어도 국정 운영의 ‘형식’은 총리실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관계자는 “권한이 정지됐다고 해도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박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업무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대통령으로서 최대한 예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황 총리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정마비가 본격화된 10월 31일부터 ‘총리-부총리 협의회’를 만들어 정부 업무 관리의 고삐를 죈 바 있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국무회의를 보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협의회는 탄핵안 가결 전날인 8일까지 총 14회가 매번 아침 일찍 열렸다. 황 총리 주재로 경제·사회부총리, 외교·국방·행자부 장관, 그리고 현안이 있을 때마다 관계 부처 장관들이 참석했었다. 자연스레 ‘사실상 국무회의’가 일주일에 2번 정도 더 열린 셈이다. 황 총리가 기존처럼 이 협의회를 계속해 장관들의 국정 긴장감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고건 전 총리처럼 황 총리가 직접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등을 주재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황 총리의 청와대 출입도 외교적 의전이 필요한 때에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총리도 헌법재판소가 노 대통령 탄핵안 기각을 발표할 때까지 청와대를 출입한 것은 신임 주한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을 때 단 한 차례뿐이었다.
◆인사권 행사 여부에 주목
문제는 사드 배치 중단같은 주요 정책 결정과 헌법재판소장·법무부장관 임명같은 주요 인사에서 황 총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냐에 있다. 군은 사드 배치 정책 결정이 이뤄져 집행만 남은 상태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에서는 중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표를 낸 김현웅 전 법무장관과 1월 임기가 끝나는 박한철 헌재소장 후임 임명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어떤 색깔을 갖고, 어떤 역할을 할 지는 오직 총리만 안다”고 말했다. 앞서 고건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때 국가보훈처 차장, 외교안보연구원장 등 차관급 인사만 했다. 다만 발표는 총리실이 아닌 청와대에서 하도록 했다.
상당수 헌법 전문가들은 국민 직접 선출로 권한이 부여된 대통령과 달리 대통령 권한대행은 현상유지적 행위만 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드같은 기존 정책을 폐기한다거나 중요한 정책을 새로 수립한다거나 하는 것은 권한대행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임기가 없는 장관은 현직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민주적 정당성이 남은 헌법기관인 국회와 협의하에 주요 국정 결정을 해야한다는 주장도 많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대통령이 권한 정지된 상태에서는 국회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기 때문에 국회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필요한 최소한의 한도 내에서는 현상 변경적인 적극적인 권한 행사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제대로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어떻게 실어줄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유일한 방법은 권한대행과 국회가 협조 체제를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황 총리가 대통령에 가까운 적극적인 권한행사를 할 경우 야당이 탄핵 소추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호·의전은 거의 변화 없을 듯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서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와 의전이 제공될지도 관심사다.
현직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황 총리의 지위가 ‘권한대행’으로 격상됐기에 법률상으로 황 총리에게 대통령 급의 경호가 제공돼야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 머물고 있고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범위가 제한적으로 해석되는 상황에서 황 총리의 경호와 의전이 현재 수준에서 크게 격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4년 고건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경우 청와대 경호실에서 10여명의 경호 요원이 총리실로 파견 나왔지만 고 전 권한대행의 근접 경호는 총리실에서 담당했었다.
현재 황 총리의 경호는 경찰에서 맡고 있다. 총리실이 세종시로 내려간 뒤에는 충남지방경찰청이 총리 경호를 책임진다. 총리 근접 경호를 담당하는 경찰은 총 9명이며, 24시간 총리 경호를 담당하는 경찰이 서울공관과 총리 공관에 각각 3명씩 근무하고 있다. 의전의 경우 윤창렬 의전비서관(행시 34회)를 중심으로 20명 안팎 인원이 총리를 보좌 중이다.
국무총리 의전을 담당했던 정부 관계자는 “황 총리의 경호와 의전이 격상되더라도 최소한의 수준에서 조정이 될 것”이라며 “총리실 중심의 경호·의전 체제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한대행 체제는 이번이 9번째
황 총리의 권한대행은 헌정사상 9번째다. 첫 번째 권한대행은 허정 전 외무부 장관이었다. 허 전 장관은 지난 1960년 4·19 혁명으로 자유당 정권이 무너지자 4월 27일부터 6월 15일까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대신해 권한대행으로 직무를 수행했다. 내각 서열로 따지면 부통령이 권한대행을 맡아야 했지만, 당시 부통령이 궐위상태였기 때문에 다음 서열인 허 전 장관이 권한대행을 하게 됐다. 이후 5·16 군사 쿠데타까지 세번의 권한 대행 체제가 더 있었다.
다섯 번째 권한대행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등으로 직무를 수행하다가 윤보선 당시 대통령이 사임하자 1962년 3월 23일부터 1963년 12월 16일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에 올랐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권한대행을 마치게 된다.
여섯 번째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다. 최 전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피살되자 대통령 권한대행에 오르게 된다. 이후 최 전 대통령은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하며 권한대행을 마치게 된다. 일곱 번째 권한대행은 박충훈 전 국무총리 서리다. 박 서리는 당시 최 전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198
[조시영 기자 / 안두원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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