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 24일 저녁, 한광옥 비서실장 등 몇몇 청와대 참모들은 케익을 사들고 청와대 관저를 찾았다.
홀로 관저에 머물던 박근혜 대통령이 반가운 표정으로 이들을 맞았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박 대통령과 참모들은 케익과 차 한찬을 나누며 조촐하게 성탄 전야를 보냈다. 수석비서관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김현숙 고용복지수석이 케익을 준비했다고 한다.
탄핵안 가결후 15일째 관저에서 칩거중이었던 박 대통령은 오랜만에 참모들을 만난 자리에서 민생 걱정을 많이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조류독감(AI) 확산으로 서민들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연말연초에 살펴봐야 할 국민들이 많을 텐데 황교안 권한대행을 잘 보좌해서 잘 챙겨달라”고 수석들에게 당부했다.
참모들은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는 등 정치상황과는 무관한 덕담을 주로 나눴다. 한 참모는 “박 대통령 표정은 밝은 편은 아니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비교적 평온하고 담담한 모습이었다”며 “대통령은 나라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전했다.
하지만 성탄 전야에도 어김없이 촛불집회가 열린데다 박 대통령 뇌물혐의 입증을 위한 특별검사팀 수사가 이날부터 본격화해 무거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특히 특검팀 일각에서 일부 혐의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등 여론 플레이가 본격화한 점도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특검팀이 청와대 간호장교 출신인 조여옥 대위를 소환하는 등 ‘세월호 7시간’ 수사에 나선데 대해선 오히려 ‘잘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무리 청와대 차원에서 합리적인 설명을 해도 정치권과 상당수 언론이 믿으려 하지 않아 답답한 측면이 많았다”며 “헌법재판소 판결에 앞서 특검이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명확하게 밝혀 더이상 이 문제가 논란이 되지 않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면밀하게 다시 조사를 해봤지만 세월호 7시간 관련해 특별한 문제를 찾지 못했다”며 “특검이 이 문제를 수사한다고 하니 하루빨리 진상이 밝혀지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성탄절인 25일에도 변호인단과 함께 세월호 7시간 관련 법리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로 예정된 탄핵심판 2차 준비절차 기일에 대비해 ‘세월호 7시간’중 박 대통령 행적을 되짚어 보고 자료
이같은 성탄 풍경은 예년과 확실히 달라진 것이다. 매년 12월24일 박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탄 메시지를 올렸지만 올해는 특별한 메시지가 없었다. 군부대 방문이나 아동 시설 방문도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버렸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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