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병신년(丙申年)이 가고 붉은 닭의 해인 정유년(丁酉年)이 곧 밝아온다. 올해 정치권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한 해를 보냈다.
4·13 총선으로 16년 만에 여소야대 구도로 20대 국회가 출범한 데 이어 최순실 게이트로 현직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았다. 그리고 거대 보수여당의 분당으로 26년 만에 교섭단체 4당 체제가 들어섰다. 내년에도 정치권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돈의 시기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일조차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 개헌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과 대선을 앞둔 합종연횡까지 '프레스토(Presto)' 속도로 숨가쁘게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잠룡들이 던진 새해 화두도 예사로울 수 없다. 대권주자들이 30일 매일경제신문에 전해온 화두에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미'가 담겨 있었다. 야권 지지율 1위를 내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재조산하(再造山河·나라를 다시 만든다)'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던졌다. 문 전 대표는 "(임진왜란 때)실의에 빠져있던 서애 류성룡에게 충무공 이순신이 적어 준 글귀"라며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만들지 않으면 죽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던 충신들의 마음처럼 지금 우리도 절박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대개조에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1일 광주에서 산행하며 호남 민심잡기로 정유년을 시작한다. 새해 벽두부터 대세론 굳히기에 돌입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주당내 지지율 2위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바르지 못한 것은 바른 것을 범치 못한다"며 '사불범정(邪不犯正)'을 제시했다. 이 시장은 "2017년에는 위대하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드는 평화적 혁명, 즉 건국 명예혁명을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며 "공정하고 공평한 민주공화국이 우리가 꿈꾸는 나라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날 소셜 미디어에 올린 자작 '송년시'에서 "꼭두각시 놀음 끝난 자리에 녹슨 문고리 떨어지고 시계는 재깍재깍 혁명을 재촉한다/군림하던 자 한낮의 기억을 잃고 칼춤 추던 자 칼 피해 숨는다/70년 적폐 불살라 내일을 밝힌다"고 정치 상황을 풍자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7년은 탄핵의 완성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해"라며 "기득권 체제를 청산하고 99대1 의 불평등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솥을 새것으로 바꾸듯 혁신한다는 뜻인 '혁고정신(革故鼎新)'을 내세웠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노적성해(露積成海)'를 제시하면서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뜻인데 작은 촛불이 모여 큰 민주주의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떠올랐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뚜벅뚜벅 걸어서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뜻밖에 '민주주의'를 키워드로 내놨다. 그는 "새로운 시대는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국민이 주인된 나라가 돼야 한다"고 담담히 밝혔다.
가칭 개혁보수신당 창당 주역인 유승민 의원은 '불파불립(不破不立)'을 화두로 던졌다. 낡은 것을 깨뜨려야 새 것을 세울 수 있다는 사자성어에 신당 창당에 나선 결의를 담았다. 유 의원은 "친박 패권에 가로막혀 개혁적 보수의 길을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깨뜨리지 않고는 바로 세울 수 없었다"며 "새해에는 개혁보수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인 '해현경장(解弦更張)'을 제시했다. 그는 "옛것을 새롭게 개혁하자는 뜻"이라며 "
[신헌철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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