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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본회의에 상정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이날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함께 검찰개혁 입법의 핵심으로,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된다.
앞서 민주당은 정권 핵심부의 비리의혹에 칼날을 겨루는 검찰에 대해 4중 봉쇄망을 펼쳐 운신의 폭을 크게 제한했다.
우선 윤석열 검찰총장 휘하의 검찰 간부들을 모조리 좌천시키고 그 자리에 친정권 인사들을 앉혔다. 윤 총장에 대해선 검찰 인사 의견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명'을 내세워 징계를 검토 중이다.
또 검찰의 직접수사 조직 축소와 특별수사팀 구성 차단 조치 등도 밀어붙이고 있다.
정권비리 의혹 수사 지휘부가 사실상 와해된 상황에서 윤 총장이 별도 특별수사팀을 꾸려 마지막까지 수사를 이어가는 상황도 막겠다는 것이다.
직접수사 축소와 함께 수사 실무부서를 없애는 직제개편이 이뤄지면 '우리들병원 1400억원 특혜대출 의혹'수사를 지휘하는 신자용 서울중앙지검 1차장, 울산시장 선거개입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신봉수 2차장,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수사를 지휘하는 송경호 3차장이 교체 1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과 유재수 감찰무마사건 실무를 맡은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등 수사핵심인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여권이 수사지휘 라인에 이어 일선 지검의 차장· 부장검사까지 물갈이할 경우 검찰의 손발이 묶여 수사 역량에 심각한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같은 검찰 직제개편에 대해 "검찰개혁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의견보다 "윤석열 총장 허수아비 만들기" "노골적인 수사 방해"라는 지적이 더 많다.
특히 윤 총장이 "법무장관실로 와서 인사 의견을 내라"는 지시를 거부한 것을 놓고 법무부가 징계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데 대해 "검찰 인사안을 주지도 않은채, 총장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사의 직무상 의무 위반' 등을 적용하려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오죽하면 진보 성향인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자신의 SNS에 "권력을 쥔 정권이라도 법질서를 위반한 의혹이 있다면 수사기관 조사를 받고 진위를 법정에서 가리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정신"이라며 "새로 임명된 법무장관이 단행한 검찰조직에 대한 인사발령은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일갈했겠나.
하지만 여권은 이런 지적에도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검찰이 지난 10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데 대해 "보여주기식 수사" "정치적 쇼"라며 협조를 거부한 채 검찰을 성토하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이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은 임의 목록을 제시하고 압수수색을 집행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이라고 검찰을 맹공하고 있다.
민주당도 "정치검찰이 자신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악을 쓰고 있다. 국어사전엔 이를 '발악'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최후의 발악을 봤다"고 가세하고 있다.
검찰이 박근혜 청와대의 국정농단의혹을 수사하던 2016년10월 같은 방법으로 청와대에서 7박스 분량의 자료를 제출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권의 일방적 독주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검찰 수사를 지지하는 국민 대신, 자신들의 지지층만 보고 제 갈 길을 가겠다는 계산된 전략으로 보인다.
이같은 여권의 '마이웨이' 배후에는 '집단사고'(Groupthink)가 깔려있을 개연성이 높다.
집단사고는 어빙 재니스가 창안한 개념으로, 어떤 집단이 자체 검열을 통해 반대 의견을 억누르면서 대안이 가져올 결과는 살펴보지 않은 채 결정을 내리고, 그로 인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재니스는 특히 국가정책 결정과정에서 집단사고의 위험성을 간파한 바 있다.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쿠바 피그스만 침공 승인 결정을 내린 것도 집단사고에 큰 책임이 있고, 존슨 미 대통령과 보좌진이 베트남전을 확전시킨 것도 반대편 의견을 억누르며 밀어붙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니스는 닉슨 행정부의 워터게이트사건 은폐와 네빌 체임벌린 영국 수상의 나치 독일에 대한 유화정책도 집단사고에서 비롯된 잘못된 결정으로 진단하고 있다.
특히 집단사고가 주변의 합리적 의견을 모두 배제하고 극단적 사고로 치닫게 되면 더 위험해지게 마련이다.
캐스 R.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이를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 현상이라며 우려했다.
집단 극단화는 국가 안보와 평화, 경제발전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겪는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데 방해가 된다는 점에서 독버섯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선스타인 교수의 분석이다.
선스타인 교수는 특히 "행정부가 가장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은 대통령의 의중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오히려 의중을 강화시키는 '라이벌이 아닌 팀(Team of Unrivals)이 꾸려지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맞춰 군소정당까지 끌어들여 공수처 설치와 검찰 물갈이, 검경수사권 조정까지 일사불란하게 진행하는 여권의
중요한 정책과 법안 추진 과정에서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무너지고 극단주의가 횡행하면 국가가 국론 분열을 넘어 붕괴 위협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여권이 언제까지, 어디까지 집단 극단화에 매달릴 것인지 다수 국민들은 우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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