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연합뉴스] |
모든 대학생에 100만원이라니. 대학생 아닌 청년들은 국민 아닌가. 지금 힘든 것이 대학생 뿐인가. 이런걸 두고 포퓰리즘이라 한다. 그런데 김종인은 이 제안 하나로 두 가지를 얻었다. 첫째 막말 프레임 꼬리를 잘라버렸다. 선거 이슈는 확 지펴지든가, 꺼져 버리든가 둘중 하나다. 100만원에 덮이면서 막말에 대한 비난은 동력을 상실했다. 둘째 분노는 사라지고 호기심만 남았다. 이날 점심 화제는 단연 김종인이 '입에 담아서는 안될 말'이라고 꾸짖은 000이었다. '그런데 세월호 000이 뭐야?'로 시작해서 '아니 그래서 000이 팩트야. 아니야' 이렇게 발전한다. 공수전환이다. 정치공학적 완성도가 느껴지는 '아트 포퓰리즘'···
언론은 100만원이 포퓰리즘 아니냐며 여당과 통합당을 '싸 잡아' 비판한다. 원래 포퓰리즘 본산이 여당쪽이다보니 어쩔수 없다. 싸잡아 비판하면 그건 아프지 않다. 그리고 야당이 책임 질 일이 뭐 있나. 여당에서 안 들으면 그만이다. 야당하면서 좋은 것은 딱 그거 하나다. 지금 야당이 내지르는 포퓰리즘 카드 중에 진짜 생각이 있어 내는 것이 몇개나 될까. 별로 없는 것같다. '이에는 이, 포퓰리즘에는 더 센 포퓰리즘'이 김종인의 모토다.
이건 김종인이 '현실 따로, 이념 따로'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인간형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유승민 같은 유형은 절대 못한다. 유승민이 황교안의 1인당 재난지원금 50만원 지급 주장에 대해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한다"고 페이스북에서 비판하자 김종인은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이해 안간다" 한마디 하고 치워버렸다. '지금 그게 중요해?' 이런 뜻 아닐까. 유승민이 굶어죽어도 입바른 소리를 해야 하는 인간형이라면 김종인은 죽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주의다. 선거는 이기고 봐야 한다는게 그의 철학이다.
모든 포퓰리즘은 위험하다. 가뜩이나 퍼주지 못해 안달하는 여당에 보수 야당마저 거들고 나서면 나라가 산으로 갈수도 있다. 이걸 경계해야 겠지만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후의 마음은 다른 법이다. 총선 후에는 여도, 야도 지금 같지 않을 것이다. 그거 사기 아니냐고? 물론 사기다. 사기가 안 통하는
[노원명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