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총선 정당 투표용지에는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은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과 기호 2번 미래통합당이 없다. 대신 기호 3번 민생당이 첫번째 칸, 기호 4번 미래한국당이 두번째 칸에 자리한다. [사진 =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캡쳐] |
"1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기표하려니 미끄러워서 기표도장을 놓칠 뻔 했어요."
11일 오후 서울 필동에서 사전투표를 한 A씨(66·여)는 정당 투표용지에 기표를 앞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48cm가 넘는 종이 길이에 놀란 것은 차치하고라도, 지역구 투표용지와 달리 정당 투표용지 기호 1번과 2번이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지역구 의원을 뽑는 종이에는 1번 민주당이 첫째 칸이고, 2번 통합당이 두번 째 칸이었는데 정당 투표용지에는 3번 민생당이 첫째 칸, 4번 미래한국당이 두번째 칸에 있어서 한참 동안 생각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 대표를 뽑는 선거인데 기호를 헷갈려서 잘못 기표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홍보를 더 강화해 15일 본투표 때는 헷갈리는 유권자가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 중 A씨처럼 정당투표를 할 때 헷갈렸다는 투표 후기를 온라인에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유권자를 헷갈리게 한 주범은 21대 총선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첫 도입되자 의석수 극대화를 위해 이른바 '비례 전용 꼼수 정당'을 만든 거대 양당이다. 기호 1번 민주당과 기호 2번 통합당이 비례대표를 내지 않으면서 정당투표 용지에서는 기호 3번 민생당이 첫번 째 칸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유권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이어 발열 체크, 손 소독제, 1회용 비닐장갑 착용을 거쳐야 투표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 때 비닐장갑을 끼기 전 미리 신분증을 준비하는 게 불편함이 덜하다. 장갑은 기표도장을 잡는 손에 끼면 된다.
비닐장갑을 낀 채 기표도장을 잡다보니 미끄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투표 후기도 자주 보였다. 직장인 B씨(26)는 "비닐장갑이 미끌미끌 거려 기표도장을 잡다가 잠깐 놓쳤다"며 "어르신들께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
기표를 마친 뒤 2장의 투표용지를 접어 개표함에 넣고, 비닐장갑을 분리수거함에 버리자 사전투표가 마무리됐다.
기표를 했건 안 했건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것은 불법이니 유의해야 한다. 또 투표
이 밖에 "용지가 길어 몇 번을 접어야 할 지 몰라 당황했다" "비닐장갑 때문에 도장이 번졌다" 등 경험담도 눈길을 끌었다.
[고재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