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누굴 선장으로 뽑아야 할지를 놓고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비상대책위위원회 출범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미래통합당 얘기다.
통합당은 28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대위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우여곡절끝에 임명안이 통과됐지만 이것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출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임기 4개월짜리 비대위원장이기때문이다.
통합당은 당헌 11장 2조의 '차기 전당대회는 2020년 8월 31일까지 개최한다'는 내용을 삭제해 비대위 활동에 힘을 실어줄 계획이었지만 상임전국위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전당대회를 오는 8월 31일까지 열어야하기때문에 김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4개월 에 불과한 셈이다. 당내 중진들이 시도당 위원장에게 전국위 불참을 독려하는 등 강하게 저항한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킹메이커를 자임하고 나선 김 내정자에게 4개월 짜리 비대위원장이 성에 차기나 할까. 총선 참패후 무너진 리더십을 다시 세우고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4개월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김 내정자는 "내년 3월까지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전당대회까지만 관리가 아니라 그는 보수 재건과 대선까지의 대대적인 당 개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김 내정자는 다음 대선에 대해 "70년대생 가운데 경제를 공부한 이가 후보로 나서는게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내년 3월까지'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는데도 통합당은 충분한 임기보장이 안되는 '시한부 비대위'라는 엉뚱한 결론을 낸 것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비서실장인 최명길 전 의원은 가결 직후 "오늘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 등은 28일 밤 김 내정자 자택을 찾아가 수락의사를 듣지못한채 발길을 돌렸다. 김 내정자가 처음부터
'시한부 비대위는 싫다'는 김내정자, '비대위 권한을 축소하자'는 당내 중진들의 힘겨루기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총선 참패로 중대 위기에 봉착한 통합당이 더 거센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심윤희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