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10개월이 지나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정부가 일본 측에 입장을 밝히라고 공개적인 목소리를 냈습니다.
수출관리 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브리핑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으며 기업 활동도 위축된 만큼 불필요한 갈등을 끝내고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자고 촉구했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대일 수입이나 국내 생산에 차질을 빚는 상황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양국 간 무역을 완전히 정상화하려면 이제는 일본이 성의를 보여줄 때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일본도 문제로 제기한 사유가 모두 개선돼 더는 규제를 지속할 명분이 없는 상황이지만,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시작된 만큼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두 차례 회의에도 성과 미흡
지난해 청와대의 11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 발표 이후 한일은 양국 간 수출통제제도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국장급) 정책대화를 3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고 12월 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만났습니다.
3월에는 서울에서 후속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화상회의로 대체해 진행했습니다.
두 차례의 회의에도 양국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산업부는 두 번째 회의가 끝난 뒤 "현안 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대화와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만 밝혔을 뿐 언제 수출규제가 해제될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양측은 후속 회의를 서울에서 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날짜가 잡히지 않은 채 또다시 두 달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으로 확산하면서 양국의 무역과 기업활동에 미치는 악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부가 일본 측에 5월 말까지 수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악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피해가 당장은 제한적이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적어도 불필요한 불확실성은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산업부 이호현 무역정책관은 12일 브리핑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에도 수출허가가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기업으로서는 상황에 따라 여러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어 이를 해소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더욱이 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이 갖춰진 이상 더 늦출 수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 외교 현안 해결 전 철회 가능성 작아
일본이 이번 요구에 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본 정부가 대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했을 때도 산업부는 여러 차례 대화를 요구했지만, 일본 경제산업성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바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의 이유로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인력 불충분 등 세 가지를 내세웠으나 이 문제들은 이미 개선돼 일본이 계속 수출규제를 유지할 명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사실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조치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단행한 것이어서 외교적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쉽사리 철회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무역정책관은 "우리는 수출관리 당국자 간에만 대화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며 "문제 해결 방식이라든지 속도라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서
만약 일본이 산업부의 요구를 외면하고 수출규제를 계속 이어갈 경우 WTO 제소를 재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무역정책관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일본 측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서 판단하겠다"고 답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