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직전인 1980년 5월 17일 주한미국대사관이 미 국무부에 긴급타전한 문서를 저희가 확보해 살펴봤습니다.
10·26 이후 광주민주화운동 직전까지 신군부의 일방적 행태와 정보부족 때문에 '좌절감'을 느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는데요.
지금까지 알고 있는 당시 미국의 모습과는 좀 달라 보입니다.
정규해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광주민주화운동이 시작되기 직전인 1980년 5월 17일 주한 미국대사관이 미 국무부에 긴급 타전한 문서입니다.
17일 밤 자정을 기해 비상계엄령이 한국 전역으로 확대될 거란 걸 보고하면서도 정보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호소합니다.
상황 파악을 위해 청와대와 경찰, 중앙정보부에 문의하는 데만 해도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며
대통령비서실장과 2차례의 대화를 나눈 것을 포함해 이런 결정들에 대해 전혀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도 전합니다.
현재 군부는 법률도 통제하고 정당한 채널도 무시하며, 미국 정부를 정보 체계에서 다시 배제했다는 대목도 나옵니다.
이어 이에 대한 미 대사관의 초기 반응은 '좌절감'이라고까지 표현합니다.
특히 군부 지도자들이 이런 식으로 우리를 대하게 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거나 신경 쓰고 있지 않은 듯하며, 그런 사실들을 경험해 왔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있기는 하지만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이유로 북한을 거론합니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우리는 한국에 깊이 얽혀 있고, 한국을 떠난다는 대안은 없다며 만약 그렇게 하겠다고 위협한다면 북한과 관련해 심각한 위협을 무릅쓰게 될 거라고 보고합니다.
이같은 문건 내용은 미국이 전두환 신군부의 행태를 사실상 용인하는 한편 5.18광주민주화운 동 과정에서도 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는지를 일부 엿볼 수 있습니다.
MBN 뉴스 정규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