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따른 대응으로 실시한 5·24조치에 대해 정부가 "실효성이 상실됐다"고 재차 강조하면서도 "조치 해제를 검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의 애매모호한 입장에 남북 경제협력 기업들은 "비판을 회피하려는 미봉책"이라고 비난했다
22일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제재조치인 5·24 조치에 대해 "그동안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예외 조치 또는 유연화 조치를 통해서 사실상 상당 부분 실효성이 상실됐다"고 말하며 정부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20일 5·24조치 10주년을 앞두고 밝힌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다. 당시 여 대변인은 "5·24조치가 남북 간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실효성이 상당부분 상실됐다"고 밝힌 바 있다.
5·24조치는지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정부의 대응으로 시행한 독자적 대북제재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 조치를 비롯해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를 제외한 방북 불허 △대북 신규투자 불허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 사업 보류 등을 행정명령으로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역대 정권마다 투자자산 점검 차원의 방북 허용, 나진-하산 프로젝트(남·북·러 물류협력사업) 추진 등을 이유로 유연화 및 예외조치를 적용하면서 5·24조치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그럼에도 정부가 '전면 폐기'를 선언하지 않는 이유는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도 없이 정부가 대북 제재조치를 해제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날 여 대변인은 "5.24조치가 해제됐다는 표현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추가적인 다른 후속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면 폐기'를 검토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남북 경제협력기업 등 관련 단체들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단체는 "만일 통일부의 언급처럼 5·24조치가 정말로 실효성을 상실한 것이라면, 전면 해제를 선언해 확실히 마무리 지어야 마땅하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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