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과감한 탈진영 행보가 당 안팎의 '전통적 우파'에 적잖은 충격을 안기고 있습니다.
취임 일성으로 "보수란 말 자체가 싫다"고 하더니 4일엔 진보진영조차 주저하는 기본소득 이슈를 전면에 내걸자 "이러다 큰일 나겠다"(영남 다선 의원)는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권 내 기본소득 논란에 "다 좋은 일"이라고 환영하며 자신의 기본소득 구상의 얼개를 밝혔습니다.
그는 기본소득 논의를 꺼낸 배경으로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면 고용문제가 심각해지고 이것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소득 보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재정 문제를 들어 "보편적 기본소득은 불가능하다. 고용되지 않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발상"이라며 '묻지마 세금 퍼주기'란 시선을 일축했습니다.
그는 "일방적으로 세금을 올리겠다, 내리겠다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증세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에 다른 복지 예산을 줄여 기본소득을 주자는 것이냐는 말이 나오자 "택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적자 재정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며 실제 도입은 "상당히 요원하다"고 했습니다.
여권에선 "시기상조"라며 일단 선을 긋는 분위기이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생애주기를 고려한 한국형 기본소득(K-기본소득) 도입방안을 집중 검토해 나가겠다"며 김 위원장과 일단 보조를 맞추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렇다보니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영남 의원들 사이에서 우려가 큽니다.
조해진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한민국에 보수의 본류는 분명히 존재한다"며 "우리 당이 지향하는 방향은 보수에 중도를 더하는 확장의 개념이지, 보수와 단절하고 중도라는 제한된 영역을 얻자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도읍 의원은 "김 위원장의 개혁 방향성에는 대체로 공감한다"면서도 "보수와 진보 또 우파와 좌파 등 표현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자유와 시장경제라는 두 명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당 정책위 세미나에서 "보수진영이 비호감이 된 것은 보수의 가치가 아니라 보수 정치가 실패한 것"이라면서 "우린 보수의 가치를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팬클럽 유심초 유튜브에서 보수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한국 보수가 망한다는 것은 무능하고 깨끗하지 못한 진보 세력에게 나라 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다 넘겨주는
하지만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담론을 확산하는 것은 실제 도입보다 이른바 '보수꼴통' '태극기부대'라는 당의 이미지를 걷어내면서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 실용 추구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만들려는 의도로 읽히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