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아침부터 막말을 쏟아낸 것에 대해 오늘은 청와대와 우리 정부가 강하게 경고하면서, 남북 간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정치부 신동규 기자와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 질문 1 】
신 기자,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에서 사용한 표현들을 보면 상당히 거칠어요.
배경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기자 】
김여정 부부장이 최근 며칠 새 담화에서 우리 정부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점차 강도를 높여가며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지난 4일 담화에서는 대북전단을 문제삼으며 "못 본척 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다" 고 하더니 13일 담화에선 "뒤늦게 설레발을 친다"고 했었는데요.
오늘은 6·15 공동선언 20주년 대통령 메시지를 두고 '철면피한 감언이설'이다, 속이 메슥거린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이런 막말의 배경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김연철 장관의 사의 표명에서도 읽을 수 있듯 남북관계에 대한 실망 때문인데 이른바 한국을 못믿겠다,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 나아가 정말 화가 난다, 이런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대북 경제제재에 코로나 19가 겹치면서 심각해진 북한의 경제난도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을 풀려면 북미대화밖에 없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선에만 몰두하니까 시선을 끌기 위해 극약처방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민경태 / 통일교육원 교수
- "내부적으로 참 절박한데 기다려왔다, 그런 상황에서 쌓은 불만이 이번에 표출된 게 아닌가…."
또 김여정의 위상 강화와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대남 문제에 있어 전권을 부여받은 김여정 입장에서는 외부의 적을 만들어 북한 내부 특히, 군부의 충성심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10년 전 연평도 포격 때 후계 수업을 받던 김정은 위원장이 주도했다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질문 2 】
그동안 강경 대응을 자제해왔던 청와대가 이번에는 좀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놨어요.
대응 기조가 바뀐 것입니까?
【 기자 】
앞서 리포트에서 청와대 반응 보셨습니다만 최근, 이 정도 수준의 대북 강경반응은 현 정부 들어 거의 처음으로 보입니다.
야당에서조차 잘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니까요.
김여정 부부장이 특사와 같은 남북한의 비공식적인 접촉을 공개한 일에 강한 불쾌감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북측이 특사 제안을 거절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전문가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인배 / 협력안보연구원장
- "특사는 김여정 만나려고 가는 게 아니거든요. 김정은 만나러 가는 건데 김여정 제1부부장이 거절을 했다고 얘기하는 건 김정은 위원장이 아예 거론조차 하고 싶지 않다 정도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가지는 북한이 군사적 행동을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여기서 밀리면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고 남측에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남북대화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 질문 3 】
북한 입장에서는 결국 북미대화를 원하는 것인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 기자 】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함구하고 있습니다만, 대미 소통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북핵 문제를 총괄하는 사람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인데요.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급을 더 높여서 대미특사 카드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남북한 상황을 설명하고, 미국의 입장을 먼저 알아야 북한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 대선에 북한 상황이 어떤 영향이 있을지 고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4 】
앞으로 상황 개선도 개선이지만,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소재도 문제가 될 것 같은데.
폭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한에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까?
【 기자 】
폭파 사실이 공개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부분인데요.
통일부 당국자 설명을 들어보면 현재로서는 앞으로 적절한 방법으로 북한에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는 정도의 입장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수단이 실행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 질문 5 】
남북한 대립 국면에서 정치권에도 불똥이 튀는 것 같습니다. 송영길 의원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요?
【 기자 】
네, 21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포로 폭파하지 않은 게 어디냐"이런 발언을 했는데요.
비판이 일자 송 의원이 "대한민국 재산에 대한 파괴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북한의 무력 행위를 비판"한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회의원은 번번히 예상이 틀려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 의원은 앞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까지는 힘들다고 예상한 바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예측이 빗나가자 김정은 남매에 '이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기를 믿고 싶었다면서 폭파까지는 예상 못 했다고 밝혔습니다.
【 앵커멘트 】
정말 상황이 워낙 엄중하다 보니 말 한 마디 한 마디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되새겨봐야 할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신동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