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부부장이 주도한 대남 비난 말폭탄과 9.19 군사합의 파기 시사로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어제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경고성 메시지를 내놨는데요. 북한의 도발이 결국 장거리 미사일 발사까지 이어질지, 정치부 백길종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백 기자, 그동안 북한의 수많은 도발에도 차분함을 유지해온 청와대와 정부가 어제 강한 유감을 표했어요. 어떤 이유인가요?
【 답변 1 】
청와대는 어제 북한에 이례적으로 "무례하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는데요,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윤도한 /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 "이런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이며, 남북 정상 간 쌓아온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15일 청와대가 북한에 대북특사를 제안한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군도 북한의 남북 군사합의 파기와 대화 단절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 인터뷰 : 전동진 /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 "(북한의) 이러한 조치는 지난 20여 년간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남북이 함께 기울여온 노력과 성과를 일거에 무산시키는 조치로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어제 아침 인민군 총참모부가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연대급 포병부대를 전개할 것이라고 하자 이렇게 얘기한 겁니다.
【 질문 2 】
그런데 이런 일련의 과정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요.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도발을 강행하다가 나중에 말을 바꾸려고 직접 나서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 답변 2 】
네, 김정은 위원장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문 속에 김 제1부부장에게 권한을 부여한 주체로만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이 이번에도 도발을 감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정은 위원장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나타나려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인데요.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의 경우, 김 위원장과 피를 나눈 이른바 백두혈통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분석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만일 그런 상황이 오면 동생 김여정을 바보 만드는 셈인데 이른바 '버리는 카드'라는 건 정치적 경쟁자한테 쓰는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전에 없이 김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현 상황이 쉽게 바뀔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 질문 3 】
어제 김 제1부부장 담화에는 "노력하는 시늉만 하지 말고 올바른 실천으로 보상하라"고 했는데요. 어떤 의미로 봐야 하고, 또 어떤 도발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 답변 3 】
네 아무래도 북한의 궁극적 목표라 할 수 있는 경제난 해소를 위해 남측이 내놓을 수 있는 걸 내놓으라는 말로 해석됩니다.
이건 실제로 미국 눈치 보지 말고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라는 말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 경제난의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는 대내적 메시지란 분석도 나옵니다.
한마디로 프레임을 씌우려는 거죠. 대북 전단 합의 어긴 건 우리 측이기 때문에 합의대로 가지 않고 부득불 적대적인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SLBM이나 ICBM 등 미국을 겨냥한 군사도발은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인데, 종국에는 북한 경제난의 가장 큰 이유인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 이 미사일 카드까지 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분간 대남 도발만 이어가며 긴장 국면만 조성하면서 대미 도발 시기와 수위는 조절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 : 송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