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예의 없게 마스크를 끼냐" (더불어민주당 A 의원)
A 의원의 보좌진은 최근 마스크를 낀 채 의원실 회의에 참석했다가 이 같은 질타를 들어야 했다. 정부·여당이 앞장 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직원들에 대해 갖는 '코로나 인지 감수성'은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국회 사무처가 국회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 근무' 권고를 내렸지만, 이를 실천에 옮길 의원실은 손 꼽힌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사무처는 전날 모든 국회 기관 및 부서 대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및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관련 회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최근 코로나 19 확산세가 급격히 가팔라진 데 따른 것이다. 공문은 "각 부서는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적정인원에 대하여 재택근무제 및 시차출퇴근제(3부제)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라는 지침을 담았다. 국회 구내식당 중식 2부제 도입 방침과 아울러 모든 동호회 모임과 회식 금지령도 함께 명시했다. 국회 사무처는 다음 주부터 재택근무제 권고 이행 실적을 자체 집계한다는 계획이다. 적어도 사무처 소속 공무원들에 한해선 해당 조치를 철저히 지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무처 지침은 자율적 권고 사항이라서, 개별 의원실들은 해당 권고를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다. 사실 국회의원 보좌진 재택 여부는 철저히 '의원 재량'에 달린 상황이다. 사무처 관계자는 "개별 의원실들에 대해선 실적 집계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각자 업무 특수성이 있다보니 강제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사무처가 사실상 의원회관 보좌진들을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원실 내부의 불만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 보좌진은 "사무처가 강제 조치를 내리지 않는 한, 자율적인 재택근무 지침을 따를 의원실이 어디있겠는가"며 "사무처 직원들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안되고 의원실은 걸려도 되냐"고 했다.
민주당은 최근 당직자 대상 재택근무 교대제를 도입했지만, 민주당 소속 보좌진들의 코로나19 후생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보좌진·직원들의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인 '여의도옆 대나무숲'에는 "당직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지만, 보좌진은 결코 그럴 일이 없나봅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절대다수의 의원실에서 보좌진 전원 근무가 이어지고 있다. 한 의원은 "회관 내에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발생한다면 모를까 아직 재택근무를 도입할 생각은 없다"며 "주말을 보내며 3단계 격상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가운데 재택근무를 '선진적'으로 도입한 의원실이 이목을 끈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5선)은 이번주부터 '개인 차량'이 없는 보좌진들에 한해 재택 근무 조치를 내렸다. 김 의원실은 지난 달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로서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류호정 의원실은 어제(20일)부터 '재택근무제'를 실시했다"며 "(의원실에는) 유선 전화를 받고, 대면 업무를 처리할 2인 이내의 최소 인원만 출근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사무처가 어제 회보를 통해 '사무처 등'의 공무원에 한해 재택근무제를 의무화했지만, 의원실 보좌진은 국회의원의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예외일 수밖에 없다"며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이장섭 민주당 의원의 경우 의원실 문 앞에 '언택트(비대면)' 방침을 써붙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외부인의 무단 방문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서로 조심하고 자각심을 갖자는 캠페인으로 봐주면 될 것"이라고 했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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