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는 카드뉴스에서 북한 학생들이 방과후 '사회의무노동'을 한다는 내용을 소개해 아동 강제노역을 미화한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5일 통일부 SNS와 블로그 등에는 '북한 학생들은 방과 후에 무엇을 할까요'란 제목의 카드뉴스가 게시돼 있다. 해당 카드뉴스에선 "북한 학생들은 사회의무노동으로 방과 후에 나무 심기, 모내기 등을 한다. 학생들에게 교육과 생산노동의 결합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회의무노동' 외에도 '총화', '소조활동' 등 북한 내 교육 용어를 그대로 적었다. 또 "방과후활동은 조금씩 다르지만 언젠가 남북한 학생들이 다양한 방과후활동을함께 하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고 썼다.
통일부는 지난 3월부터 북한 내부 모습을 소개하는 '다 물어보시라요' 시리즈를 게시하고 있는데, 논란이 된 카드뉴스는 해당 시리즈 중 하나로 지난 4일 처음 게시됐다. 시리즈물에는 논란을 부른 카드뉴스 외에도 '북한에서도 이순신 장군은 국민 영웅일까', '북한 청소년의 이성 교제는 어떤 모습일까' 등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이를 두고 SNS와 커뮤니티 등에선 '통일부가 북한의 아동노동를 미화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북한 아동이 도로 건설이나 철길 보수작업에 동원된다는 방송뉴스 자료화면 등과 함께 "국제노동기구에서 비판하는 아동노동을 방과 후 활동이라고 옹호할 수 있나", "본인 손자손녀도 저렇게 시켜라"는 등의 지적이 제기됐다. 통일부 블로그와 페이스북 게시글에도 '우리나라 정부기관이 올린 글인 게 믿기지 않는다'는 등 수십개의 비판 댓글이 달리고 있다.
북한 내 아동 강제노역은 국제사회에서 여러차례 지적된 문제다. 2017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북한의 아동들이 교육에 할당된 시간 중 상당 시간을 여러 유형의 노동에 소비하는 문제를 우려한다. 이에 아동에게 학습과정, 휴식 및 여가와 신체적·정서적 안녕을 누릴 권리를 방해하는 노동을 요구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국제아동인권센터(InCRC)는 "북한 아동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노동을 해야하며 이러한 노동이학업시간보다 길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역시 노동 가능한 최저 연령을 규정하거나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논란이 일자 통일부는 해당 게시글에 "이 컨텐츠는 북한의 실상에 대해 있는 그대로 알려드리되 비방도 미화도 하지 않는다. 북한 학생의 과외활동도 북한의 표현을 사용해 가감없이 보여주고자 한 것에 불과하다"며 "'사회의무노동'에 동원된 노동이 포함될 수는
통일부 관계자는 "댓글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단 추이를 지켜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취하겠다"며 "입장 발표할 부분이 있으면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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