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달 초부터 운전법규를 잘 지키면 나중에 위반해도 벌점을 면제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가입률이 저조하자 경찰들이 본업과 상관없는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박준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영업사원인 윤 모 씨는 얼마 전 알고 지내는 경찰로부터 한 뭉텅이의 문서를 건네받았습니다.
다름 아닌 경찰이 이달 초부터 시행하는 착한 운전 마일리지 서약서입니다.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돌려달라는 부탁도 함께 받았습니다.
▶ 인터뷰 : 윤 모 씨 / 영업사원
- "받아달라고 주더라고요. 1명당 10장 정도 갖다 준 것 같아요. 다 됐냐 묻는 거 보니까 부담이 없지는 않은 거 같아요."
착한운전 마일리지 서약서는 무사고 무위반 서약을 1년 동안 지키면 나중에 교통 법규를 위반해도 벌점이 감해지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범인 잡는 경찰이 서약서를 돌리는 데 급급한 이유가 뭘까.
현재 운전면허를 갖고 있는 2천8백만 명 가운데 가입자가 2%에 불과하자 일부 경찰서를 중심으로 실적 경쟁이 붙은 겁니다.
▶ 인터뷰 : 지구대 소속 경찰
- "실적이야 당연히 취합이 되니까 (지구대별로) 눈에 보이는 건 있죠. (시키는데) 그걸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겠나요."
상급 기관도 과도한 경쟁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경찰청 관계자
- "지구대, 파출소도 경쟁이 붙었다는데 고민스럽습니다. 과열되는 것은 방지하고 건수 할당한다든가 이런 부분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시를 내려야 하는데…."
최근 일선 소방관들이 건물주들을 화재보험에 의무가입시키기 위해 PC방 등을 전전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 스탠딩 : 박준우 / 기자
- "실적 올리기에 치우치다간 자칫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박준우입니다. [ideabank@mbn.co.kr]"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