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화제가 됐던 최고령 할머니 기억 나시나요?
올해 일흔 일곱 이선례 할머니인데요.
만학의 여고생은 여대생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시험 잘 보셨는지 정아영 아나운서가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 아나운서 】
늦깍이 여고생들의 꿈이 영글어가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오늘도 맨 앞줄에는 올해 일흔 일곱, 이선례 할머니가 앉았습니다.
전날 본 수능 시험 문제를 함께 풀어 보는 시간.
선생님의 설명에 할머니들의 표정은 희비가 엇갈립니다.
뒷풀이 추어탕 파티에 와서도 할머니 여고생들의 관심사는 온통 수능시험뿐입니다.
▶ 인터뷰 : 이선례 / 2014 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응시자
- "국어를 봤는데 2~10번 까지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그래도 썼는데 나중에는 눈이 어물어물해서 잘 보이지 않는 거야."
▶ 인터뷰 : 이선례 / 2014 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응시자
- "(시간 내에 마킹은 다 하셨어요? 60문항 다 하셨어요?) 그럼. (언니 정말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40년 전 갑작스레 남편을 하늘로 떠나 보내고 품에 남겨진 4남매.
택시운전 20년에 산후조리사 그리고 청소부까지.
그야말로 안 해본 일이 없는 억척 아주머니의 삶 그 자체였습니다.
팍팍한 살림에도 공부에 대한 아쉬움은 평생의 한이 됐고, 교문을 들어선지 4년 만에 수능 도전에 나섰습니다.
사실 이선례 할머니는 이미 예비대학생입니다.
지난 9월 한 대학의 수시합격자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 인터뷰 : 이선례 / 2014 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응시자
- "(여대생 되셨잖아요. 앞으로 어떤 일 더 하고 싶으세요?) 저는 남한테 기쁨을 주고, 웃음을 주고. 그게 좋겠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그런 일을 해야지. 그거거든요."
넉넉치 않은 형편에 이젠 등록금이 또 다른 고민.
하지만, 오늘 만큼은 내년 봄 노인복지학 전공 수업을 듣고 있을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번져납니다.
MBN 뉴스 정아영입니다. [ hazelnut87@mbn.co.kr ]
영상취재 : 최선명 기자
영상편집 : 원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