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A중학교에 다니는 김모군은 겨울방학 기간 중 수학학원 2곳에 새로 등록했다. 작년에는 영어학원 2곳과 수학학원 1곳에 등록해 다녔는데 올해부턴 그 반대다. 김군은 "최근 수능 영어가 쉬워진데다, 대입에서 영어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수학을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해, 수학학원을 알아보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올 신학기에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학생들이 치르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영역에서 절대평가가 도입되며 사교육시장이 수학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현행 상대평가 방식에서 1등급은 상위 4%, 2등급은 상위 4~11% 등으로 제한되지만 절대평가 방식은 고득점자가 많아도 일정 기준을 넘으면 모두 1등급을 받게돼 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변별력을 잃게된다. 작년 수능에선 영어 만점자가 3.37%나 돼 이미 변별력을 잃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결국 수학이 인기 대학 당락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게 될 것으로 예상한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수학 사교육 수요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서울 강남·목동 등 '사교육 1번지'에서는 수학학원 개설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수학학원을 개설한 이 모원장은 "최근 생기는 학원 10개중 8~9개는 수학학원”이라며 "소문난 강사를 확보한 수학학원은 대기자만 100명이 넘는다”라고 귀띔했다.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학원은 시험을 보거나, 웃돈을 줘도 들어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강남의 한 학원 원장은 "최근 새로 등록한 학생도 수학 반이 두 배 이상 많고 수학 과정에 대한 문의도 많다”며 "영어 과정만 운영하던 다른 학원들도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자녀를 수학학원에 등록시킨 한 학부모는 "작년 수능 영어를 보니 추가적으로 과외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수학은'수포자(수학 포기 학생)'가 속출할 정도로 과목 자체가 어려워 겨울방학을 이용해 기초를 확실히 잡고 가려 한다”고 말했다.
2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보습·입시 학원 중 수학 과정을 운영하는 학원은 1200여개, 영어 과정을 운영하는 학원은 940여개로 집계됐다.
교육계에선 영어 절대평가 도입으로 수험생의 영어 공부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전체 입시 부담이나 사교육 규모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대학들이 대학입시에서 수능 비중을 줄이고 대학별 전형을 확대할 가능성도 높아 이와 관련된 사교육
[문일호 기자 / 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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