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주 불국사 경내에 설치된 석가탑(삼층석탑) 가설덧집 안에서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직원들이 지대석과 지대받침석을 호이스트 크레인으로 들었다 놨다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최근 연구소는 학예연구사 등 직원 8명과 인간문화재 석장을 투입해 석가탑을 본격적으로 조립하기 앞서 지대석을 놓는 공정을 시작했다.
지성진 학예연구사는 "지대석 8개, 지대받침석 12개를 깔고 있다”면서 "기계로 연마한 석재들이 아니다 보니 균형맞추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고 전했다.
2010년 말 심각한 손상을 입어 2012년 전면 해체·수리에 들어갔던 불국사 석가탑을 조립하는 작업이 본격 개시됐다. 올해 10월이면 1300년 전 처음 세워진 모습 그대로 국민 품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찬가지로 해체하는데만 무려 12년의 세월이 걸린 '백제 예술의 결정판' 미륵사탑도 이달말부터 다시 세워진다.
백제의 장인 아사달과 아사녀의 슬픈 전설을 담겨있는 국보 21호 불국사 석가탑은 간결하면서 완벽한 비례와 균형으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하지만 2010년 12월 정기 점검에서 상층 기단의 갑석이 깨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적심(내부에 채운 돌·자갈)이 빗물 등에 의해 유실된게 원인이었다. 곧이어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수정비사업단이 꾸려졌으며 2012년 9월부터 탑을 전격 해체했다.
해체한 석가탑은 가설덧집에 보관하면서 지의류·균류, 철산화물, 염류 등 탑표면의 무기물을 대나무 스틱으로 긁어내거나 스팀을 분사해 씻어냈다. 갈라지거나 떨어져 나간 부분은 3~5개의 티타늄 핀을 박아 고정시켜 붙이거나 에폭시 수지로 틈새를 메웠다. 탑 주변의 시험 발굴했지만 추가 유물은 나오지 않았다.
지대석이 완전히 자리잡고 나면 탑 조립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적심을 채우면서 해체 당시 탑내부에서 금동제사리외함, 유리사리병, 사리 46과 등과 함께 나왔던 사라장엄구를 다시 안치키로 하고 어떤 유물을 함께 담을 지 불교계와의 논의를 거쳐 상반기 중으로 봉안식을 갖기로 했다. 문화재연구소측은 10월까지 석가탑 복구를 모두 마무리하고 성대한 기념식도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석가탑보다 100년 앞서 지어진 국보 11호 익산 미륵사탑도 흙다지기를 끝낸데 이어 이달 중으로 초석받침석을 놓는 것을 시작으로 재조립에 들어간다. 백제 무왕의 병이 쾌차하기를 빌며 지은 미륵사의 서탑인 미륵사탑은 동양 최대 규모이면서 목탑 건축 양식으로 쌓은 유일한 석탑으로 유명하다.
해체는 2001년 10월 착수됐지만 일제강점기 긴급 보수를 위해 타설한 185t 규모의 콘크리트를 떼어내느라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 미륵사지 석탑은 원래 9층이었다. 높이는 석주 부분만 25m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조선을 거치면서 여러 차례 보수됐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최종적으로 5층 정도만 남았다. 탑은 해체 직전의 상태로 쌓게 된다. 시멘트로 메워져 있던 부분은 인근 석재를 가져와 대신 보강하며 보수 흔적을 최소하기 위해 외부는 예전 석재를 쓰고 새 석재는 주로 안쪽에 배치한다.
최병선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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