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에서 양돈장을 운영하는 박모(61)씨는 구제역으로 자식들과 친인척들에게 이번 설명절에는 오지 말라고 통보했다. 홍성과 보성에는 지난 15일까지 8개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1200여마리가 살처분됐고 의심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는 "우리집 때문에 다른집에 구제역이 걸렸다고 하면 어떡하나.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인데 마음 편히 설 연휴를 보낼 수 있겠느냐”며 "아예 설 명절에는 아무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지역에서는 지난 6일 이후 최근까지 6번째 구제역이 한 마을에서 발생한 지역이다.
#.경남 양산에서 양계장을 하는 김모(65)씨도 이번 설 연휴때 서울에 사는 아들과 딸에게 내려 오지 말라고 연락했다. 대신 김씨 내외가 서울로 올라가 잠시 지내다 내려오기로 했다. 지난 12월 경남 양산지역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수년전의 악몽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양산은 국내 최대 양계농장이 밀집한 지역으로 지난 2008년, 2008년, 2004년 등 세차례에 걸쳐 수백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고 224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김씨는 "양산을 비롯해 창원, 고성 등 최근 경남지역에 잇따라 AI가 발생하면서 친척들에게 귀향을 자제하는 전화를 대부분 하고 있다”며 "올해는 아예 설연휴에 대도시에 사는 자식들을 보러 가는 것도 부담스러워 자제하는 이웃들이 많다”고 말했다.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하면서 귀향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구제역은 지난해 12월 초 충북 진천에서 시작돼 경기, 충남, 경북, 강원까지 확산됐고, AI도 경남 등 전국 7개시도로 퍼졌다.
특히 충남 홍성 지역은 지난 2011년 구제역 악몽이 되살아난 것처럼 초상집 분위기다. 지난 6일 은하면에서만 지난 6일 첫 구제역이 발생한 후 9일, 11일에 이어 한 지역에서만 6번째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과 인접한 보령의 한 양돈농가에서도 15일 구제역 확진판정이 나면서 설 연휴를 앞두고 이 일대 집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1년 홍성에서만 구제역으로 127개 농가에서 돼지 5만3000여 마리를 살처분했고 피해액만 107억6000만원에 달했다.
홍성군은 최근 최근 대규모 행사, 축산 관련 단체 모임 및 각종 기념식 등은 구제역 전파를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될 수 있으니 취소해 달라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읍·면사무소와 단체에 발송했다. 또 양돈·축산농가는 물론 일반 주민들에게도 명절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하고 마을 길목에다 '고향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 대신 '모임을 자제하고 조용하게 설을 보내자'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했다.
경남도 지난해 12월 양산지역에 고병원성 AI 확진에 이어 최근에는 창원 주남저수지 철새와 고성의 한 농가에서 청둥오리가 AI양성 확진을 받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최근 구제역이 의심되는 새끼돼지가 양산에 입식돼 전량 살처분되면서 '구제역'까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농가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방역당국은 오는 18~22일 명절 연휴기간이 구제역·AI의 유입의 최대 고비로 보고 공무원들을 동원해 축산차량전담시설과 통제초소를 24시간 운영키로 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주남저수지의 철새가 AI 양성반응을 보이면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축산농가와 주요 길목마다 예찰
농림축산식품부는 설 연휴 직전인 16일과 연휴 다음날인 23일 전국적으로 일제소독을 실시하고 지자체와 협의해 현재 290곳의 거점 소독시설을 늘려 길목마다 차량을 소독키로 했다.
[조한필 기자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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