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에 재학 중인 유승백(26)군은 졸업 전 마지막 학기에 진로를 완전히 바꿨다.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준비하던 유 군은 스펙을 쌓기 위해 자동차 엔진용 부품을 생산하는 뿌리기업 동양피스톤에 인턴으로 들어갔고 이후 다른 길을 가게 됐다.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면서 애착이 생겼고 회사에서도 유 군의 성실성을 눈여겨보면서 뿌리산업 대학원 진학을 제안한 것. 결국 유 군은 대기업에 취직하려던 계획을 틀어 인하대학교 뿌리기술공학과에 입학하며 뿌리산업 대학원 2기생이 됐다. 동양피스톤에서는 유 군을 위해 2년간 1200만원을 생활비 등으로 지원하고 대학에서는 실무중심의 교육을 제공해 뿌리산업 전문 인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유 군은 "학부 때 배울 수 없었던 깊이 있는 내용을 들을 수 있고 기업에서 담당할 일을 미리 경험하면서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대학원을 마치고 동양피스톤에서 소성가공 분야를 연구하게 되며 취직에 대한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정근 동양피스톤 팀장은 "기업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학생과 교수님이 함께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에 대한 실무교육을 하는 효과가 있다”며 "향후 기존 재직자들도 뿌리산업 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열린 뿌리산업 대학원 장학증서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재학생, 기업 관계자, 담당 교수는 '윈윈 효과'를 얻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뿌리산업 대학원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 R&D 역량강화를 위해 기업요구를 교육과정에 반영, 실무중심의 교육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까지 두 차례에 걸쳐 경상대, 인하대, 조선대 등 3개교에서 75명을 모집했다. 입학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6대 뿌리산업 분야(금형·주조·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의 실무교육을 받게 된다.
지난해 조선대 용접·접학과학공학과에 입학한 정수옥(32)씨는 관련 전공을 하지 않았지만 뿌리산업 대학원에 진학해 부지런히 실무를 익히고 있다. 조선대에서는 용접 관련 최신 장비를 갖춰 교육을 돕는다. 정 씨는 "직장에서 어깨너머로 용접을 익혔는데 전문성을 갖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이론을 통해 배우고 설비로 습득을 하면서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야간수업을 통해 뿌리산업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강용호 인천화학 연구소장은 "표면처리분야만 국한해 알고 있었지만 대학원에 다니면서 용접, 주조 등 기존에 잘 몰랐던 분야까지 배우면서 실제 연구에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더욱 많아졌다”고 말했다.
기업 측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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