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지구대 경찰관들에겐 방탄복이 지급되지 않아 총기 피습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경기 화성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화성서부경찰서 남양파출소장 이강석 경감(소장)이 피의자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사건 현장에 최초로 출동한 이 경감이 현관문을 열려고 하자 피의자가 1차로 총을 쐈고, 뒤로 물러난 이 경감이 현관문을 살짝 연후 대화를 시도하려다 총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경감은 피의자의 12구경 이탈리아제 엽총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탄복은 경찰서의 타격대, 특공대 등에만 보급됐을 뿐 파출소나 지구대에는 칼 등에 찔리거나 뚫리지 않도록 특수강으로 제조한 방검복만 지급됐기 때문이다. 파출소와 지구대 경찰들에게 지급되는 것은 방검복, 권총, 경찰봉, 수갑, 전기충격기 등으로 방검복은 엽총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이 경감은 신고를 받고 신속히 출동하느라 방검복마저 챙겨 입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감이 휴대한 화기도 실탄 권총이 아닌 테이저건으로 엽총에 대응하기도 어려웠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파출소 인력뿐 아니라 형사기동대, 타격대 등도 출동 중이었다. '파출소장과 피의자가 서로 아는 사이 같았다'는 이 순경의 진술을 고려하면 이 경감은 피의자를 진압하려 들어갔다기보다는 말로 설득하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경찰이 총격에 사망한 사건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모두 6건인 것으로 추정된다.
1971년 8월 10대 소년 두 명이 예비군 무기고에서 훔친 카빈 소총을 난사해 순경이 숨진 사례가 최초고, 같은 달 실미도에서 훈련받던 특수군인들이 버스를 탈취, 서울로 올라오던중 군·경수색대와 교전을 벌이는 과정에 경찰이 숨진 것이 두 번째 사례다.
이후 나머지 세 건은 범인이 휴대한 총기가 아니라 경찰이 소지한 총기를 빼앗겨 일어난 사건들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예산을 확보할 수 있으면 일선 경찰관에도 방탄복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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