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병사들의 유서를 분석하면 군대 조직의 직접적인 가해보다는 입대 전부터 형성된 자기 비하감 등 내적 갈등이 자살 결심에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난다는 내용의 논문이 나왔습니다.
청소년기를 거치며 자살 위험에 노출된 일부 젊은이들이 억압적인 군 문화를 만나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군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 구타와 왕따 등 외형적 문제 개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자살을 방지할 근본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고, 군 내부에서는 심적으로 불안한 병사들을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16일 광운대에 따르면 이 학교 대학원 범죄학과 임석현(56)씨는 박사학위 논문 '유서에 나타난 병사들의 자살심리 프로파일링에 관한 연구'에서 2008∼2012년 자살한 육·해·공군 병사 124명의 유서를 분석해 이들이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과 심리를 추적했습니다.
임씨는 자살한 병사들을 요인에 따라 ▲ 내적 요인 ▲ 분노충동 요인 ▲ 현실도피 요인 집단으로 구분했습니다.
분석 결과 124명 중 절반에 가까운 56명(45.2%)이 내적 요인 집단에 속했습니다.
이 집단은 심한 좌절감과 자신을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내용을 유서에 남긴 병사들입니다.
이 병사들은 내적 갈등을 겪어오다 고압적인 군 문화에서 더욱 좌절감을 느끼고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 병사는 병영생활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었지만 유서에 '인생에서 실패했다'며 좌절감을 드러내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뒤로 분노충동 요인 집단(19명, 15.3%)과 현실도피 요인 집단(11명, 8.9%) 등 순이었습니다.
분노충동 요인 집단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유서에서 자신을 괴롭힌 대상에 대해 "지옥에서 보자", "너희는 잘 사나 보자" 등의 내용을 남겨 분노와 적개심을 드러낸 경우입니다.
현실도피적 집단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면서 환생 등 사후세계에 대한 내용을 쓴 유형입니다.
이와 함께 내적 요인과 현실도피 요인이 혼합된 집단은 19명(15.3%), 내적 요인과 분노충동 요인이 섞인 집단은 11명(8.9%)이었습니다.
임씨는 "병사들이 자살을 선택할 때 내적 요인이 분노충동 요인이나 현실도피 요인보다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병사들의 내적 갈등은 청소년기를 거쳐 점진적으로 발전한 것이며, 이런 갈등을
임씨는 "군 자살을 예방하려면 국가적으로 젊은이들이 심리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자살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며 "군은 내적 갈등을 겪는 병사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자살의 징후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