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차한성 전 대법관(61·사법연수원 7기)의 변호사 개업 신고를 결국 거부했다.
대한변협은 23일 “전관예우를 타파해 법조계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건전한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부득이 차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고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퇴임 후 1년여간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석좌교수로 몸 담았던 차 전 대법관은 지난 18일 변호사 개업을 신고했다. 이에 변협은 공식 성명을 내고, 차 전 대법관에게 개업 신고를 자진 철회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차 전 대법관은 “개업 신고 뒤 공익 활동을 하겠다”며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변협은 신고 자체를 반려하는 초강수를 뒀다.
문제는 이미 등록한 변호사의 개업 ‘신고’를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변협 회규 제25조에 따라 개업 신고 서류에 보완이 필요할 때에만 수리를 거부할 수 있을 뿐이다. 변호사법 제8조에 따르면 법에 명시된 변호사 자격이 없거나 결격사유에 해당할 경우 등록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변호사 등록이 거부된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46)는 현재 법무법인 동안에서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전 부장판사는 판사 재직 시절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패러디물을 게재하고, 영화 ‘부러진 화살’ 실제 판결의 합의 내용을 공개해 물의를 빚었다.
반면 법적으로 결격사유가 없는 차 전 대법관은 지난달 9일 무난히 변호사 등록을 마쳤다.
이에 대해 변협은 회칙 제40조의 ‘등록 및 신고가 있는 경우에는 규칙으로 정한 바에 따라 심사한다’는 규정을 들어 반려의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에도 심사 이후 개업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따라서 차 전 대법관이 변협의 이번 결정을 무시하고 변호사 수임을 한다고 해서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한편 변협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59·11기)에게 인사청문회 시 변호사 개업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창우 변협 회장은 “앞으로 신규 임용될 모든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서약서를 받도록 국회의장에게 협조 요청을 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며 “후보자들이 서약서에 날인하는 것은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지만 이는 대법관으로서의 적격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선 “국회의 영역인 인사청문회에 변협이 지
한 재야 변호사는 “전관예우 근절에 대한 변협의 의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법조인 단체가 법적 근거도 없이 헌법적 가치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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