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섭 씨(29)는 26살이던 2012년 한 공중파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탈락했다.
적지않은 나이, 이제 가수의 꿈을 접어야 하나 고민하던 그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기회에서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그는 당시 함께 탈락한 참가자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가수가 될 수 없다면, 재능있는 이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주겠다고 말이다.
23일 매일경제신문이 만난 연예기획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두(DO) 코퍼레이션의 김준섭 대표 얘기다.
김 대표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연예계 지망생들이 어엿하게 프로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는 “연예계 진출을 꿈꾸지만 가난하다거나 인맥이 없다는 이유로 좌절한 친구들을 보며 매우 안타까웠다”며 “부유하고, 예쁘고, 인맥 넓은 자만을 위한 리그인 연예계에 실력과 열정만 가지고도 진입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사업 목표를 밝혔다.
두 코퍼레이션 사업의 핵심은 인디 가수들의 공연 실황을 스마트 기기로 송출하는 것이다. 인지도가 낮은 신인 인디 가수들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클릭 한 번이면 곧바로 후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신인 아이돌 그룹의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K-POP(한국 대중음악) 인기가 뜨거운 동남아시아 시장에 소개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신인 아이돌 ‘놈(NOM)’의 영상이 필리핀에서 인기를 끌며 이들이 한류 스타 반열에 오르는데 한 몫 했다.
김 대표의 노력은 조금씸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9월 미래창조과학부 주관 ‘스마트미디어 X캠프’에서 엔터테인먼트 생태계의 다양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한류를 개척할 가능성을 인정 받아 1억원의 사업비도 지원 받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탈락자가 한류스타 메이커로 ‘위대한 탄생’을 마친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버리고 연예계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 연예 기획 스타트업을 만든 사람도 있다. ‘지아이에이(GIA)’의 나수홍 대표(34)다.
나 대표는 26살이던 2007년 한 방송국 PD로 입사해 예능 프로그램 제작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좋았다. 한국에서 가장 화려한 직업인 가수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즐거움을 느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연예계의 어두운 그늘이 눈에 밟혔다. 투자를 한 만큼 수익을 내야 하는 기획사는 방송으로 돈을 못 벌면 ‘섹시 화보’로 스타의 등을 떠밀었다. 그마저도 안 되면 ‘불법적인 바닥’으로라도 연예인을 내몰아 수익을 보전하려는 게 나 대표가 목도한 연예계의 생리였다. 그는 “중고등학생 때부터 하루 4시간을 채 못 자면서 실력을 닦은 연습생 중 실제 연예인이 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며 “데뷔 기회만 줘도 상당한 혜택을 받은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을 을의 위치로 두고 기획사를 상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결국 입사 5년차, 30살에 퇴사했다. 그는 연예인이 어느 정도 자기 팬과 시장성을 확보한 상태로 회사와 계약한다면 지금처럼 절대적 약자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지아이에이를 설립했다.
지아이에이는 지난해부터 ‘메이크 유어 스타’라는 온라인 오디션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메이크 유어 스타’를 보다가 자신이 ‘키우고’ 싶은 예비스타를 발견하면, 가창력·피부·몸매 등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보완하도록 소액을 후원할 수 있다. 이 후원금으로 예비스타는 보컬 트레이닝, 피부 관리, 헬스 트레
나 대표는 “연예계 지망생이 자연스럽게 실력을 키우면서 인지도도 높이고, 팬들은 내가 키운 스타라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구조”라며 “연예계 지망생들이 기획사를 상대로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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