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조선관련 중소기업에서 중간 관리직으로 일하는 김모 씨(37)는 2년째 세무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업계 불황 장기화로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고용불안이 커지자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시험을 보기로 했다. 김씨는 퇴근 후 집 근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밤 늦게 귀가하는 생활이 힘들지만 시험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올해도 시험에 떨어지면 회사를 그만두고 시험공부에만 전념하려는 생각도 있다.
김씨는 “울산에서는 대기업에 다니지 않으면 결혼하기도 힘들다. 대기업에 다닌다 해도 언제 잘릴 지 몰라 불안해 하는 것보다 연금이 줄어들더라도 안정적인 공무원이 낫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에서 9급 행정직 공무원 시험에 3년째 도전하고 있는 한은교 씨(여·26)에게도 공무원 연금개혁 논란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한씨는 “공무원 연금은 안 받아도 좋으니 공무원 시험에 합격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공무원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연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무원 시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층과 상시 구조조정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들이 안정된 직업을 찾아 공무원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올해 5급 공채 1차 시험 원서를 접수한 결과 343명을 뽑는데 1만1509명이 응시해 33.6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경쟁률은 29.9대1이었다. 올해는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50명 정도 줄어 만만찮은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대구 역시 최근 일반 행정직 9급 원서를 접수한 결과 466명 모집에 1만4333명이 응시해 3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울산 8,9급 지방직 공채 는 평균 1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환경직 9급은 1명 채용에 무려 44명이 지원했다.
특히 올해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이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신규 공무원 채용을 늘렸음에도 경쟁률 고공행진은 꺾이지 않고 있다.
고령 공무원 도전자가 많아진 것도 특징이다.
경남은 사회복지 9급 시험에 40대 이상 응시자가 160명에 달했고, 오는 6월 치러질 울산 지방 공무원 시험에도 40대 이상이 215명 지원했다. 울산은 36세 이상 공무원 합격자가 2010년 2명에 불과했으나 2014년에는 26명이나 배출돼 4년새 10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울산에서는 회사를 명예퇴직하고 9급 공무원에 도전한 51세 남성이 시험에 합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울산
[창원 = 최승균 / 울산 = 서대현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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