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 언론사는 ‘유골함이 든 수하물이 도착하지 않아 장례식을 두 번 치르게 됐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할까’라는 서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서문이 던진 화두의 본질에 좀 더 다가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사건은 지난 달 26일에 일어났다. 부친상을 당해 아버지 유골을 고국에 모시기위해 미국 포틀랜드에서 시애틀을 거쳐 인천으로 들어온 미국 교포 A씨. 그는 포틀랜드에서 시애틀까지는 알래스카항공을, 시애틀에서 인천까지는 대한항공을 이용했다.
첫 번째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이 승객이 포틀랜드 출발 시점부터 유골함을 가지고 간다는 말을 알래스카항공과 대한항공에 사전통보하지 않았던 것. 설상가상으로 이 유골함을 넣은 위탁수하물은 알래스카항공의 실수로 대한항공 연결편에 실리지 못했고, 한국에 도착한 이 승객은 짐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대한항공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이 첫 번째 문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항공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유골을 항공편으로 운송할 때는 화장증명서, 사망진단서, 목적지 국가의 영사확인서가 필요하며, 사전에 항공사 측에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또한 유골함을 기내 반입 또는 위탁해서 운송이 가능하지만 미주 출도착편의 경우 반드시 엑스레이 검색 실시 후에만 휴대가 가능하며, 판독이 안될 경우에는 특수 장비를 이용해 검사를 거친 후 위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굳이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고객이 항공사 측에 알리지 않은 잘못이 크다. 물론 A씨는 이런 절차가 있는지 모를 수 있다. 또 부친상을 당해 경황이 없어 실수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문제만을 놓고 냉정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규정에 있는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장본인은 A씨다.
두 번째 문제는 유골함을 유족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고인의 가족에게 유골함을 빨리 전달하기 위해 발 빠르게 대처했다. 사건 발생 다음 날 대한항공 직항편이 없어서 델타항공을 이용해 보내기로 하고 해당 항공사에 인계했다. 하지만 여기서 일이 꼬인다. 델타항공 직원의 실수로 그 항공편에 유골함이 실리지 못한 것.
이에 대한항공은 그 다음날 직항편으로 해당 수하물을 운송했고, 빠른 수취를 원한 A씨에게 당일 특급배송 택배 서비스로 안전하게 탁송할 것을 안내했다.
그러나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골함을 퀵서비스로 보내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 아울러 유골함을 수송하는 과정이 또다시 매끄럽지 못해 아버지의 장례식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기 때문에 진정한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A씨는 직원이 직접 들고 와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국으로 돌아갈 때 무상으로 좌석 업그레이드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항공은 A씨에게 선호좌석 배정과 라운지 제공, 지연 운송에 따른 일용품 구입비와 무료로 수하물을 탁송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럼 두 번째 문제의 잘못은 누구의 탓일까. 지금까지 공개된 사실 중 유골함을 수송해 한국으로 들여오는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대한항공의 대처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도의적인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A씨는 아버지를 떠나보낸 사람이다. 고인의 명복과 유족에게 위로하는 차원에서 대한항공 측이 솔선수범해 유골함을 유족 측에 전달했다면 큰 문제없이 일이 마무리되지 않았을까. 대한항공의 소극적 대응이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A씨도 대처를 잘한 것은 아니다. 사실 이번 사건에서 대한항공의 잘못은 딱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교롭게도 대한항공이 아닌 알래스카항공과 델타항공에서 직접적인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한항공 직원이 무릎까지 꿇으며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과한 요구라 보여진다.
지금 인터넷상에는 이번 사건을 두고 대한항공이 또 한 번 갑질을 했다란 의견과 고객이 을질을 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대한항공이 갑질을 하지도, A씨가 을질을 하지도 않았다. 다만 양측의 소통이 어긋나 여기까지 온 것이다. 결국 불통의 문제, 그리고 그것이 감정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고객이 억지에 가까운 불만을 제기하면서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인터넷이나 언론사에 유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가 더러 있다”면서 “서비스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는 회사는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승객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항공업을 전형적인 서비스업이라 하는 이유는 고객과 최접점에서 마주하기 때문”이라며 “고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서비스일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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