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바람을 피운 배우자가 먼저 이혼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책주의' 원칙을 택해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지 결혼 생활이 이미 파탄이 났다고 판단되면 이혼을 허용해주고 있습니다.
무엇이 다른 것인지 이성훈 기자가 설명해 드립니다.
【 기자 】
가수 나훈아 씨의 부인인 정수경 씨는 미국 영주권자인데요.
미국 법원과 한국 법원에 모두 이혼소송을 냈습니다.
그런데 서로 다른 판결이 나왔습니다.
먼저 미국법원은 이들 부부의 결혼 생활이 사실상 파탄이 났다며 이혼을 허가했지만,
우리 대법원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나 씨의 부정행위가 증명되지 않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파탄의 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부부 관계가 더는 정상적으로 영위될 수 없다고 판단이 되면 이혼을 허용하는 게 미국식 '파탄주의'고,
결혼 생활을 위기에 빠뜨린 책임의 유무에 따라 이혼 소송 여부도 결정되는 게 바로 '유책주의'입니다.
우리나라는 유책주의를 택해 왔는데 이 유책주의에 따르면 바람을 피운 배우자는 이혼 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런 유책주의를 따른 건 과거 가부장적 사회에서 바람을 피운 남편이 아내를 배신하는 이른바 '축출이혼'을 막으려 했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의 지위와 결혼관이 바뀌었고,
부모가 이혼 소송을 오래 끌다 보면 자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어 이제는 유책주의 대신 파탄주의를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성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