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고교 김모 보건교사는 10년 전 이 학교 부임 후 제대로 점심 식사를 해본 적이 없다. 어딘가 아프거나 다쳐서 보건실을 찾는 학생들을 점심 시간 동안에 치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운동을 하다가 두개골 골절이 일어나거나 꽃가루 알레르기로 호흡 곤란이 오는 등 응급 상황이 이틀에 한번 꼴로 일어난다“며 ”쉴 시간이 없다보니 화장실에 급히 다녀오다 넘어져 뇌진탕에 걸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보건교사가 한 명 뿐이라 최근 급증하는 학생 환자들을 김 교사 혼자서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그나마 정식 보건교사가 있는 이 학교는 사정이 낫다. 매일경제가 24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서울 국공립 초·중·고교 951개교 중 정규직 보건교사가 배정된 학교는 887곳이었다. 64개교는 보건교사가 아예 없거나 그 자리를 기간제 보건교사가 채우고 있다.
학교 보건교사는 전염병 예방, 안전계획 수립과 돌발사고 시 응급처치, 건강상담 및 관찰 등 다양한 건강·보건 역할을 하는 학교 안전을 위한 핵심 보직이다.
이 때문에 법령으로 18학급 이상의 모든 학교에는 1명 이상의 보건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건 교사가 있더라도 학생 환자들을 소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다른 보건 교사는 “보건실 업무를 보면서도 하루에 1~2시간 보건 수업을 해야 하는데, 다쳐서 오는 학생들 때문에 수업 중에도 응급조치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50학급 이상으로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는 인턴 교사를 추가로 채용해 응급조치를 도와주도록 하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필요한 모든 학교에 인턴 교사를 지원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각하다. 교육부의 작년 ‘전국 학교급별 보건교사 배치현황’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에서 보건교사 배치 비율은 65%에 불과하다.
최근 교육재정이 줄면서 시도교육청들은 보건교사 채용 여력이 없다며 이를 줄이고 있어 학생 안전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실제 학교 안전사고는 매년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7만7000건이었던 학교내 안전사고는 2013년 10만5000건으로 훌쩍 늘었
게다가 올해부터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들이 학생 체육수업을 크게 장려하고 있어 안전사고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태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감 공약사업에 무상복지 등으로 쓸 돈이 없다고 보건 교사를 줄이면 학생 안전이 크게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문일호 기자 / 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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