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차선에 쉽게 지워지고 잘 보이지 않는 불량 도료를 사용해 교통사고 위험을 높인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28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 구청과 도로사업소들이 발주한 노면표시 공사에서 불법 하도급과 부실 시공이 이뤄진 경우는 74건, 공사액은 총 183억원에 달한다.
각 공사는 적게는 1억원, 많게는 8억원 규모로, 강변북로나 내부순환로 등 주요 도로부터 동네 작은 도로까지 차선을 그리는 공사다.
경찰에 적발된 이모(48)씨 등 79명의 일반 도장업자들은 대부분 아파트 외벽도장 등을 하는 업체로 노면표시 공사를 직접 할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도장공 사업면허만 있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 공사를 따낸 후 공사액의 25∼30%를 수수료로 받고 브로커 박모(43)씨나 전문 시공업체에 공사를 넘겼다.
일반 시공업체와 전문 시공업체의 ‘다리’ 역할을 한 박씨는 5∼10%의 알선 수수료를 챙겼다.
공사를 넘겨받은 전문 시공업체들은 여러 곳에 수수료를 떼인 탓에 원래 책정된 공사액의 60%에 불과한 돈으로 공사를 했고 값싼 도료를 사용해 이익을 남겼다.
이들이 사용한 도료는 아파트 주차장 선을 그릴 때 쓰이는 도료로, 노면표시용 특수도료보다 훨신 빨리 마모된다.
차선이 마모되면 밤에 차선이 잘 보이도록 뿌리는 유리알 등도 함께 벗겨져, 밤이나 비가 올 때 운전자들 눈에는 차선이 잘 안 보일 수밖에 없다.
경찰은 이러한 수법으로 공사비 16억여원을 챙긴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로 전문 시공업체 대표 유모(49)씨를 구속하고, 정모(42)씨 등 8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불법 하도급을 한 79명의 일반 도장업자들도 불구속하고, 브로커 윤씨는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시공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하지
경찰은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갖춘 업체들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시 및 각 발주처에 수사 결과를 전달, 제도 개선 필요성을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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