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에 사는 주부 안 모씨(42·여)는 요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에서 단기임대 주택을 찾고 있다. 여름방학 기간에 자녀를 대치동 학원에 보내려면 근처에 머무를 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씨는 “메르스 때문에 방을 구하는 사람이 줄어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둘러보니 착각이었다”며 “조금만 미적거려도 (월세가) 50만원 이상 뛴다는 말에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서 온 정 모씨(38·여)도 최근 강남구 소재 한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았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초등학생 자녀를 2개월 단기 특강에 보내기 위해서다. 학원과 집을 왕복하기에는 물리적 거리가 너무 멀다보니 단기임대를 구해야 했다. 정씨는 “삼성역 부근 공인중개사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0만원 오피스텔이 제일 싸다고 추천했다”며 “생각보다 너무 비싸 놀랐지만 늦게 왔으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메르스 공포도 치맛바람을 꺾진 못했다. 강남 일대가 메르스의 새 진원지가 되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는 단기간 임대하는 주택을 구하려는 ‘전쟁’이 한창이다. 온종일 이어지는 고된 특강을 무리없이 소화하려면 최대한 학원과 가까운 곳에 방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때문이다.
강남 공인중개사들은 한 목소리로 “메르스가 대치동 일대 단기임대 수요를 줄이진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역삼동의 공인중개사 서 모씨는 “아직 방학이 시작도 안 했지만 단기임대주택은 ‘씨’가 다 말라벌리 정도”라며 “늦을 수록 가격은 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노 모씨도 “상담하는 사이에도 방이 빠져나간다”며 “잠깐 머무는 거니까 ‘반지하도 불사하겠다’는 어머니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공인중개소 김 모씨도 “5월 이전엔 삼성역 부근 대치동에는 임대물건이 100개 정도는 나와 있었지만 지금은 고작 8개만 남은 상태”라며 “50만원대 반지하부터 160만원대 오피스텔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대치동 학원가 단기임대 전쟁의 서막은 보통 5월부터다. 5월에 방을 구한 학부모들은 첫 달은 빈방으로 방치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6월 중순만 되도 방이 없거나 가격이 치솟기 때문에 임대인과 만나지 않고 계약도 꺼리낌이 없다. 강남 소재 한 공인중개사는 “7월이 되면 방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라서 평소 60만원짜리 방도 90~100만원으로 널뛰기 한다”며 “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간 머문다는 생각에 온라인 계약도 서슴치 않는 경우가 왕왕 있지만, 되도록 공인중개사와 함께 계약을 명확히 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김시균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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