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찰이 처음으로 해외에서 현지 법집행기관과 합동 작전을 벌여 범인을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8일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단체 등의 구성·활동)로 해외 도피 중이던 폭력조직 ‘봉천동 식구파’ 두목 양 모씨(49)를 지난달 3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체포하고 지난 1일 국내 송환했다고 밝혔다. 또 이 조직 부두목 민 모씨(45)도 2일 필리핀 레이테 섬에서 검거해 국내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봉천동 식구파는 서울 봉천동 일대를 무대로 2005~2010년 1000억원대 유사석유 판매, 주유소 운영권 강탈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한 폭력조직이다. 양씨 등은 자신들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2011년 10월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인터폴 적색수배까지 내려졌던 이들은 한국에서 가져간 범죄 수익금으로 골프를 치러 다니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또 카지노에 관광객들을 데려간 뒤 수수료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도피생활 자금을 충당했다.
경찰청은 지난 4월 23일 교섭단을 필리핀에 파견하고 한국 조직폭력배를 검거하기 위한 합동작전을 펼치는 것에 대해 필리핀 이민청장의 동의를 받아냈다. 이어 지난달 29일 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추적팀 등으로 구성된 검거팀이 필리핀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검거에 착수했다.
두목 양씨는 검거망을 죄어오자 압박감을 못 이기고 결국 검거팀에 자수했고 지난 1일 국외 추방당해 국내로 송환됐다. 세부에서 100km가량 떨어진 레이테 섬의 한 골프장에서 은신하고 있던 부두목 민씨는 검거팀과 필리핀 이민청의 잠복작전 끝에 2일 검거됐다.
지금까지는 해외에서 우리나라 범죄자를 붙잡기 위해선 경찰주재관을 통해 현지 법집행 기관에 요청하고 해당 기관이 직접 검거할 때까지 기다리는 공조수사밖에 할 수 없었다. 우리 경찰의 역할도 범죄정보를 공유하고 현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수사 협조를 구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동 검거는 우리 경찰이 외국 현지에 직접 가서 피의자 추적·검거 등 작전 수립과정부터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현지 당국과 함께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서 여러 협업은 있었지만 현지 법집행기관과 검거까지 함께 한 건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이같은 방식의 해외 공조·협력 수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합동작전에 대한 필리핀 한인사회에선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김근한 필리핀 한인총연합회장은 “조폭들이 더이상 활개 치고 다닐 수 없게 돼 예전의 진주같은 필리핀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며 “지금까지는 현지 경찰의 조치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