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지난주부터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고 있는 한 여성이 있습니다.
반려견을 일주일 동안 굶기고 막걸리를 먹인 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SNS에 올린, 이른바 '개막걸리녀'인데요.
누리꾼들은 이 개막걸리녀의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온갖 비난의 말들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이 사진 속 인물은 개막걸리녀 당사자가 아니라 전혀 상관 없는 다른 사람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진 도용 피해자는 지난 일주일 동안 지옥같은 나날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저희가 단독으로 확보한 인터뷰 내용 한번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심 모 씨 / 사진 도용 피해자
- "제 심정이 지금은 소화가 안돼요.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이건 해결이 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인터넷 이런 데 댓글 안 올리는데, 어 보고 이런 나쁜 사람이 있구나 하고 넘어가는 스타일인데 제 일이다보니까 저도 댓글 봤어요. 이거는 보면 볼수록 이 사람들이 저한테 욕하는 건 아니지만, 그 행위를 한 사람들한테 욕하는 거지만, 일단 사진 자체는 내 얼굴에 대놓고 욕하는 거잖아요. 이 사람들 머릿속에는 제 얼굴을 떠올리면서 욕을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나한테 욕하는 건 아니야, 보지 말자, 듣지 말자 이러는데도 가슴에 맺히는 거고, 제 어린 자식 있어요, 5학년이에요. 걔가 잠을 못 자더라고요. 악몽 꾸면서 잠을 못자고. 다들 머릿속에는 개막걸리하면 제 얼굴을 떠올릴 거잖아요, 제 형태를 떠올릴 거잖아요. 그걸 일단 지우고 싶고, 진짜 그런 사람으로 남들에게 기억되는 게 너무 싫으니까. 그것만이라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으면…."
【 앵커 】
원중희 기자! 그러니까 실제로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분의 사진에 대고, 모두들 개막걸리녀라고 욕을 퍼붓고 있었다는 거죠.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사건을 다시 한번 정리해드릴게요. 이쪽 판넬 보시면요. 지난달 29일 한 SNS상에 이 개 학대 사진 두 장이 올라왔습니다.
뼈가 앙상한 개 사진에 '일주일 굶겼더니 그릇도 먹겠다 얘들아'라고 썼고요. 토하고 있는 개 사진에 대고는 '막걸리 마시고 비틀비틀 난리난다'라고 한 거죠.
그런데 이 계정에 올라온 프로필 사진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사진이죠. 네티즌들은 이 사진 속 인물이 개를 학대한 '개막걸리녀'인 줄 알고 무자비한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는데요.
알고 봤더니 이 사진 속 인물은 실제 개막걸리녀가 피해자 심 씨의 SNS계정에서 무단으로 가져온 심 씨의 사진이었던 겁니다.
【 앵커 】
그러니까 이 사진을 도용한 진짜 '개막걸리녀'는 따로 있다는 거죠. 그 분은 대체 왜 남의 사진을 올렸다는 겁니까.
【 기자 】
네, 이분이 30대 조 모 씨입니다. 계속 개막걸리녀라고 부르긴 좀 그러니까요. 조 씨라고 하겠습니다.
이 조 씨가 사진과 개 학대 사진을 올린 SNS가 랜덤채팅방이라고 합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인 채팅방에 들어가서 프로필 사진 하나 띄워놓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러니까 아무래도 좀 외모가 괜찮은 여성의 사진을 쓰면 관심을 끌 것 같아서 이 피해자 심 씨의 사진을 가져다 썼다고 해요. 심 씨와는 수년 전에 짧게 일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심 씨의 SNS 주소를 알아서 사진을 도용했다고 하고요.
【 앵커 】
그러니까 개 학대 사진을 프로필 사진과 함께 띄워놓은 건 아니었는데, 누리꾼들이 같은 사람인 줄 알았다는 거군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개 학대 사진은 따로 두 장을 올린 거고, 그런데 그 계정의 프로필 사진이 도용해서 등록해놓은 심 씨의 사진이었던 거죠.
제가 조 씨와 직접 통화를 해봤는데요. 개 학대 사실을 심 씨에게 덮어씌우려고, 소위 해코지를 하기 위해서 그런 건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단지 심 씨의 사진이 너무 예뻐서 가져다 놓은 건데,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는 거죠. 심 씨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조 모 씨 / 개막걸리녀
- "(프로필 사진은 혹시 어쩌다가 올리시게 됐는지?) 그건 얘기하기 싫은데요. 그냥 거기 채팅사이트라는 곳이 원래 사진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장난친다고 올리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그거 진짜 그거 잘못했지만…. 제가 사과 드렸고요. 어떻게 될진 모르겠는데…."
【 앵커 】
이쯤에서 궁금하네요. 결국 개막걸리녀는 조 씨였던 건데, 조 씨가 개를 학대하고 막걸리를 먹인 건 맞습니까?
【 기자 】
그걸 이제 경찰에서 조사하고 있는데요. 조 씨 본인은 일단 학대 사실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 두 장이 모두 3년 전쯤 찍은 사진이라고 하는데요. 그때 당시에 개 한마리가 종양이 있어서 몸이 안 좋았다, 그러다보니 토했던 건데, 그걸 사진으로 찍은 것일 뿐 막걸리는 먹인 적이 없다는 거고요.
다만 좀 더 관심을 끌기 위해서 굶기고 막걸리까지 먹였다고 지어내서 덧붙였다고 합니다. 다시 조 씨 얘기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조 모 씨 / 개막걸리녀
- "그냥 관심끌려고, 개 사진을 올렸을 뿐이에요. 경찰에 조사를 다 했고요. (강아지가 막걸리를 먹은 사진이 아니에요?) 아니라니까요. (흐르는 액체는 뭐예요?) 그거는 강아지들은 원래 막 어쩔때 보면 토하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아팠을 때 찍은 거예요. (막걸리하곤 전혀 상관 없는 거네요?) 네, 없어요."
【 앵커 】
정말 학대가 없었을까요. 지금 개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가 이미 죽었고 남은 한 마리를 동물보호단체가 데려갔다면서요? 그 개의 상태는 어떻다고 하나요?
【 기자 】
네, 일단 구조됐을 당시 발톱이나 털 등 관리는 전혀 안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 결과가 나오면 학대 여부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요.
【 앵커 】
네, 다시 사진 도용 피해자 심 씨 얘기로 좀 돌아가보겠습니다. 지금 조 씨에 대한 경찰 수사는 결국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그러니까 개를 학대했느냐 안했느냐에 관한 것이고요.
양지열 변호사님! 조 씨의 이 철없는 행동 때문에 일주일 동안 엄청난 피해를 본 심 씨에 대해서는 어떤 구제 방법이 없습니까? 심 씨가 조 씨를 명예훼손이나 초상권 침해로 고소하는 건 가능한
【 변호사 】
【 앵커 】
그런데 조 씨를 처벌한다 하더라도,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 씨의 사진이 많이 퍼져있는데요.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무차별적으로 글을 퍼나르고 또 사실로 믿어버린 누리꾼들이 원망스럽기도 하겠습니다.
여기는 대응 방법이 없을까요? 소위 잊혀질 권리가 절실해 보이는데요.
【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