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급 공채(옛 행정고등고시) 시험에서 행정직군의 경우 2차 합격자 352명 중 301명이 최종 합격해 51명이 탈락했지만 이중 3차 면접시험에서 ‘미흡’ 판정을 받아 성적과 관계없이 탈락한 응시생은 1명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관이나 성격 등을 파악해 공직에 적합하지 않은 수험생을 걸러내기 위해 면접이 강화됐지만 실질적으로 성적순으로 가른 셈이어서 면접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인사혁신처 고위 관계자는 “작년 5급 공채에서 행정직군 중에는 면접에서 ‘미흡’ 판정을 받아 낙방한 응시자는 한 명도 없다”면서 “면접관들의 관대화 경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우려하고 있고 개선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원래 행시는 사법시험과 마찬가지로 면접이 당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지만 2004년부터 2차 합격 인원의 15~20%를 탈락시킬 만큼 강화됐고 5급 공채로 이름이 바뀐 후에도 2013년까지 3차 면접시험은 2차 시험 성적과 관계없이 면접 점수로만 합격자를 결정하는 시스템이었다. 이 때문에 2차시험 성적이 매우 우수한 인재가 탈락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주관적인 면접으로만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매년 5급 공채 2차시험에서는 300명 내외의 인원이 합격하지만 이들 중 약 40~50명(15% 정도)은 3차 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했다.
인사처는 지난해 시험부터 3차 면접 시험 방식을 개선했지만, 면접관들의 관대화 경향 때문에 오히려 면접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작년부터 3차 면접 시험 결과는 ‘우수’, ‘보통’, ‘미흡’ 으로 평가한 후 ‘우수’로 평가된 인원은 2차시험 성적과 관계 없이 선발하고, ‘미흡’ 판정을 받은 인원은 탈락시키는 시스템으로 달라졌다. 대신 2차시험에서 최종 선발 인원의 110~120%를 선발한 만큼 ‘보통’ 판정을 받은 학생들 중에서 성적순으로 최종 합격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행정직(일반행정, 재경, 법무, 국제통상 등)의 경우 3차 면접시험 응시자 중 ‘미흡’ 판정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인사처 관계자는 “행정직 응시자 중 ‘우수’ 판정을 받은 경우는 20%에 달했지만 면접관들도 응시자를 무조건 탈락시키는 ‘미흡’을 주기는 쉽지않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작년 시험에서는 공직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걸러내는 기능은 사실상 하지 못했다. 2차 성적이 조금 낮아도 면접으로 합격시킨 경우는 있어도 면접만으로 성적 우수자를 탈락시킨 사례는 없는 것이다. 대신 최종선발 인원을 초과해 2차시험에 합격시킨 인원들은 대부분 성적
이수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면접관 입장에서 탈락을 확정짓는 ‘미흡’ 판정을 주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2차 성적 뿐만 아니라 3차 시험에서도 주제발표 등 각각의 평가 성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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