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이하 미쓰비시)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이 회사에서 강제노동한 중국 노동자들에게 사죄·보상키로 한 것이 한국 피해자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그동안 미쓰비시는 1972년 중일 공동성명에 따라 중국인 정부는 물론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과 최고재판소(대법원) 판결에 따라 중국인 피해자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입장을 바꾼 것은 '전범기업'의 이미지를 탈색하는 것이 중국 시장 개척에 도움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일본 민간 대기업과 일본 정부가 '2인3각'을 해온 전통에 비춰 최근 중일 관계 개선 흐름 속에 미쓰비시는 정부의 'OK 사인'을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쓰비시의 조치는 일본 내 논리상으로도 문제가 없습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법리에 따라 중국인 원고들의 배상 청구를 기각했지만 강제연행 및 강제노동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2007년 4월 "기업들의 자발적 대응을 하는 것은 방해받지 않으며, 피해 구제 노력이 기대된다"는 의견을 판결문에 첨부했습니다.
관심은 이제 한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 중인 미쓰비시 중공업이 한국인 피해자들에게도 같은 행보를 취할 것인지입니다.
우선 미쓰비시의 다른 계열사인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자발적인 형태로 강제노동 피해 구제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는 한국 측에 대해서도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합니다.
피해 구제 및 추모 사업을 위한 재단설립 등에 한일 정부와 피해자, 일본 기업 등 4자가 합의해야 한다는게 일부 한국 시민단체 측의 주장이었습니다. 미쓰비시가 자발적인 피해 구제를 시작한 이상 이 같은 정치적 타결책을 한국 측에도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하지만 현재의 한일관계 상황, 피해자의 규모 등에서 한국과 중국의 상황은 다른 만큼, 해결 전망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의 사외이사인 오카모토 유키오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국 징용 피해자는 법적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식민지 시기 조선인 강제징용은 국제노동기구가 금지한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으며, 한국인 개인의 배상 청구권은 한일협정에 의해 종결됐다'는 자국 정부 입장을 따르겠다는 취지로 읽혔습니다.
더욱이 한일 정부가 강제징용, 군위안부 등 식민지 피해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갈등하는 상황에서 민간기업이 먼저 한국에 화해의 조치를 할 것으로 기대하긴 쉽지않습니다.
2013년 신일철주금(新日鐵住金)이 한국 법원에서 자사의 패소 판결
일본 정부 입장을 떠나 미쓰비시 자체로서도 중국인에 비해 피해자 숫자가 훨씬 많은 한국에 대해서는 '결단'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