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립 고등학교 교사들의 연쇄 성추행·성희롱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이 시민 감사관의 동행 지시를 거부하는 등 ‘내홍’에 휩싸였다.
외부 전문가로 특채된 변호사 출신 감사관과 교육청에 오랜 기간 근무해온 감사관실 일부 직원들 간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2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청의 K감사관은 일요일인 지난달 26일 오후 2시부터 4명의 피해 여교사들과 4시간가량 면담을 했다.
감사관은 면담에 앞서 이 사안을 조사 중인 감사팀원 2명에게 배석할 것을 지시했지만, 팀원 2명은 이를 거부했다.
배석을 거부한 팀원들은 감사관이 점심에 술을 마시고 들어와 조사하려고 해 배석을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K감사관은 “면담을 하기에 앞서 개인적인 점심 자리에서 막걸리 서너잔을 마신 사실은 있다”며 “지나고 보니 마시지 않았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취한 상태도 아니었고 해당 여교사들에게도 사전에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나서 면담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개방형 직위 공개모집을 통해 지난 6월 임용된 감사관을 감사관실 직원들이 길들이려고 하는 과정에서 지시를 거부해 갈등이 빚어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K감사관이 남자 교사들의 여교사와 여학생에 대한 연쇄 성추행 사건을 맡은 감사팀에 시민감사관을 포함하라고 지시하자 관행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감사팀이 거부했다는 것이 교육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 등 일반시민 공모를 통해 위촉된 20여 명의 ‘청렴시민감사관’을 두고 학교와 교육행정기관의 감사업무에 투입해오고 있다. 교육청의 감사에 시민을 참여시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감사관은 뚜렷한 이유를 대지 않고 피해여교사 면담에 배석하라는 지시를 거부한 팀원 2명에 대해 경위서를 요구했지만, 아직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감사관실의 내부 갈등이 외부로 노출
학교장을 포함해 남자 교사 5명의 여교사와 여학생에 대한 성추행과 성희롱, 교장의 축소·은폐 의혹이라는 초유의 사안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이는 와중에 감사관실의 내홍이 빚어져 조사 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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