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에 피자나 치킨 올려도 될까요? 생전에 좋아하셨는데…”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에 피자나 치킨 등을 올려도 되는 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모님께서 좋아하셨던 음식을 놓아드리고 싶지만 데 예법에 어긋날까봐 걱정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조상을 기리는 마음이라며 굳이 관습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차례의 근본을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을 올려도 좋다는 것. 독특한 음식은 물론 커피도 ‘오케이’라는 얘기다.
한국 유교문화의 본산인 성균관 박광영 의례부장은 “차례상을 차리는 데 언급되는 홍동백서·조율이시 등의 엄격한 규칙은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며 “조상에게 정성을 표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례부장은 성균관에서 유교 전통 행사에 대한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차례 음식과 관련해선 엄격한 전통에 한정 짓지 않고 좋아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올려도 된다고 봤다. 바나나와 파인애플 같은 외래 과일도 전통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은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 석류, 유자, 참외, 귤 등도 썼다.
박 의례부장은 “차례 음식은 후손들이 음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요즘 시대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올려도 예에 맞다”며 “구하기 어려운 음식이 아닌 시기에 맞는 음식을 올려도 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밥과 국, 나물 등은 주식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지만 나머지 음식은 시대에 따라 바뀐 만큼 어느 정도의 자율성은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별미로 여겨지는 피자·치킨 등은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 해석해 차례상에 올려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커피 또한 술 대신 올리는 게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유교 문화를 전파한 중국에서 후식으로 반드시 차를 마셨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례의 첫 절차인 ‘강신(降神)’ 때는 술을 올리고 마지막에 후식의 의미로 커피를 올려도 무방하다.
단 술 대신 커피를 올리는 것은 아직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박 의례부장은 “술은 가장 향기롭고 아름다운 맛이기 때문에 반드시 제례에 사용하고 있다”며 “물론 술이 준비가 안 될 경우 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커피를 술 대신 사용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어떤 음식이 올라가느냐 보다는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례상을 차렸다가 음식이 남아 버리는 게 예에 맞지 않는다고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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