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이나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강의를 들려줄게요.”
김영걸 카이스트 경영대학 부학장은 최근 실시간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하는 BJ(브로드캐스팅 자키)로 변신했다.
BJ라면 ‘게임’이나 ‘먹방’ 등의 컨텐츠를 떠올리기 쉽지만, 김 부학장이 하는 방송은 ‘CRM(고객관계관리)’ 강좌다.
대학 교수가 하는 경영학 강의가 인터넷 방송에서 먹힐까 싶지만, 지난달 3번의 특강 이후 지난 7일부터 시작한 정규 강좌는 최대 동시 접속자가 62명에 달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강의 제목도 ‘셸위댄스(Shall We Dance)?’로 정했다. 고객과 소통하는 건 마치 춤을 추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김부학장이 인터넷 방송에서 강의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언제 어디서든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실시간으로 학생과 소통할 수 있다는 인터넷 방송의 매력 때문이다. 그동안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던 동문평생학습의 저조한 참여율을 높여보겠다는 속마음도 있다.
김부학장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등장했고, 방송 내내 화면에 형형색색의 화면을 띄워 시청자의 집중도를 높였다. 시청자와 쌍방향으로 소통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상품이 내걸고 퀴즈를 내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채팅창에 정답을 올리거나 답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아쉬워하는 등 실시간으로 강의에 반응했다.
김 교수는 “중·고교 시절부터 질문하지 않은 게 당연해진 학생들은 대학원 수업에서도 거의 질문하지 않는다”며 “실시간 온라인 강의에서는 강의 도중 활발히 질문이 나온다는게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그죠’라는 추임새를 반복적으로 쓰는 게 거슬린다며 교수생활 25년만에 처음으로 교수법을 지적해준 시청자도 있었다”며 실시간 소통의 장점을 설명했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은 현재 동문이나 개별 신청자 위주로 제공되는 강의를 전면 개방하고, 강의를 늘려 교육 나눔을 실천할 계획이다. 대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 ‘한국형 무크(K-MOOC)’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이미 찍어둔 강의를 제공하는 형태에 그친다는 한계를 뛰어넘어 보겠다는 것이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은 이를
김영걸 부학장은 “학생들이 인터넷 강의 도중 실시간으로 질문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교육혁명”이라며 “일반에 강의를 전면 개방하면 비속어 등 채팅창이 오염될 수도 있지만, 그만한 위험은 감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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