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울 강남의 유명 사립고 1학년 A군. 부자동네로 불리는 도곡동에 사는 A군에게 부모가 지출하는 한 달 사교육비는 600만원에 달한다. 한 과목당 150만원에 이르는 개인 고액과외를 받다보니 대기업 직원 한달 월급과 맞먹는 막대한 비용이 지출된다.
뿐만 아니다. 지난 4월엔 교내 과학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기 위해 1000만원짜리 별도 과외도 받았다. 대입 수시 전형에 유리한 ‘스펙’을 만들기 위해 교내상 수상실적이 필요하고, 과학 경진대회 입상은 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학생들의 필수 스펙 중 하나기 때문이다.
어머니 B씨(48)는 “경진대회용 과외는 담당 교사가 아이디어 제시·실험실습·보고서 작성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처리해준다”며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돈을 많이 쓸수록 상이 커진다”고 말했다. B씨는 “수능 직전 고3들은 2~3시간짜리 강의 하나에 100만원인 막판 특급과외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2.경기도에 사는 중학교 2학년 C양은 학원에 가본 적이 없다. C양은 오전 7시쯤 일어나 아침 밥도 먹지 않고 등교한다. 택배기사 일을 하는 아빠와 식당 일을 하는 엄마는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탓에 C양이 등교하는 것을 보지 못한다. 학교에서는 매일 6~7교시의 수업을 듣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집에 오면 TV를 보거나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리다 밤 11시쯤 잠이 든다. 주말엔 대기업이 운영하는 공부방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토요일은 영어, 일요일은 수학을 공부한다.
주말 공부방 수업에 빠진 적이 없지만 금방 잊어버린다. 반 년 넘게 영어를 배웠지만 학교 시험은 40점을 넘어본 적이 없다. EBS강의도 들어봤지만 계속 집중하는게 힘들어 포기했다. 시험기간에도 놀지 않고 공부했지만 매번 성적은 35명 정원 반에서 30등 근처다. C양은 “어릴 때부터 학원에 다니며 기초를 쌓지 못해서 그런지, 공부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한국 교육신화가 무너지면서 교육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 격차가 커지면서 이 차이가 성적·대학 진학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대입 양극화는 취업 양극화로 다시 연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취업준비를 위한 학벌과 학점, 토익 등 어학점수, 어학연수, 자격증, 봉사, 글로벌기업 인턴 등 대학생들이 이른바 ‘꿈의 스펙’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최대 1억원 가량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법시험과 로스쿨 합격자 중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은 47.1%에 달할 정도로 편중현상 지속되고 있다
[이재철 기자 / 김수영 기자 / 김시균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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