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폐와이어(쇠줄)를 화학약품으로 세척한 뒤 새 와이어로 둔갑시켜 납품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안전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중고 와이어는 끊어지면 대형사고 위험이 높았지만 건설사 현장 소장 등은 뒷돈을 받아 챙기고 중고품인 사실을 눈감았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20일 중고와이어를 새 와이어로 속여 유통시킨 혐의(사기)로 안모 씨(70)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중고품인 줄 알면서도 새 와이어 가격에 납품받은 뒤 안씨로부터 뒷돈을 받아챙긴 정모 씨(51) 등 건설사 현장 소장 8명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했다.
안씨는 2012년부터 올해 2월까지 부산항 북항이나 신항 등지의 컨테이너 박스를 옮기는 겐트리 크레인에서 교체한 폐와이어를 헐값에 사들여 새 와이어인 것처럼 속여 방파제 암벽 조성 등 해상 공사 자재로 납품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안씨는 1㎏당 350원 정도에 폐와이어를 구입해 화학약품을 이용해 삶아 표면의 유분과 찌꺼기를 없앤 뒤 최대 9배 비싼 1㎏당 2000∼3000원에 팔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안씨는 모두 84㎞의 폐와이어를 시가 7억원 상당에 팔아넘겼고 이 가운데 5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기름기를 제거한 폐 와이어는 눈으로 봐서 중고품과 신품을 구별하기 어려운 점을 노렸다.
신품으로 둔갑한 와이어는 접안시설이나 방파제 조성 때 필요한 콘크리트 블록을 들어올리는 고리나 건설용 와이어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특히 무게가 20∼50t인 콘크리트 블록을 이동시킬 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폐와이어로 만든 고리가 찢기거나 터질 경우 대형사고 위험이 컸다고 경찰은 지적했다.
안씨는 또 중국산 와이어 3㎞가량을 30% 높은 가격에 국산 와이어로 유통시킨 것은 물론 납품 과정에서 정씨 등 현장 소장 8명과 공모해 뒷돈 1억원을 주
영도경찰서 관계자는 “안씨가 수집한 폐와이어는 야외에서 장기간 비를 맞아 녹이 스는 등 안전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연간 수백톤의 중고 와이어가 유통되는 것으로 보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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