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최근 허위 리뷰(상품 이용 후기)를 쓴 것으로 의심되는 111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상품 판매자로부터 5달러 이상을 받고 실제 사용한 경험이 없는 상품의 허위 리뷰를 호의적으로 작성했다는 이유다. 법무법인 청목의 나승철 변호사는 “판매자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런 점에서 법리적인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다만 아마존이 판매자 대신 허위 리뷰 작성자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한국 법상식으로는 의외”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언론들 역시 10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이번 결정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의 사례에서 보듯 일부 기업들은 리뷰 작성자를 고용해서라도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온라인 리뷰를 남기려고 한다. 온라인에서 긍정적인 평판이 제품에 대한 호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바 버뮬런(Ivar E. Vermeulen) 암스테르담 VU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과학과 교수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호텔에 대한 긍정적인 리뷰를 읽은 사람들의 호텔에 대한 태도가 읽기 전보다 12% 이상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 알려지지 않은 호텔에 대해서는 약 35%나 향상 효과가 있었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히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상품의 경우 긍정적인 리뷰의 영향이 커서 업체들은 대행업체를 통해 알바생들을 고용해 허위 리뷰를 작성하는 ‘씨앗 뿌리기(Seeding)’를 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아마존은 이런 인위적인 씨앗 뿌리기에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허위 리뷰에 강력하게 대처해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신일기 인천가톨릭대학 문화예술콘텐츠학과 교수는 이를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 차원에서 설명한다. 신 교수는 “리뷰는 온라인에서 집단지성을 통한 체계적 검증으로 소비자에게 기업이 효과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며 “하지만 리뷰의 신뢰도를 관리하는 데 실패한다면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해 오히려 기업의 평판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했다.
이처럼 오늘날 온라인에서 사용자 리뷰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에 매우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기업은 허위 리뷰가 개입되지 못하도록 기술 체계를 갖추고 허위 리뷰 감시 팀을 운영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장혁 교수는 “위장 사용자들의 경우 IP를 통해서 가려낼 수 있고, 댓글들이 정도 이상으로 올라올 경우 경고를 한 후 블로킹(차단)을 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장혁수 EY한영 부장은 “신세계몰, 롯데닷컴과 같은 대형 유통 기업들은 최근 들어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상당히 하고 있고, 빅데이터 마이닝 등의 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허위 정보를 식별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했다.
숙박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의 경우 사용자 리뷰에 허위 리뷰가 들어가지 않도록 정교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개인의 집에 남는 공간을 여행자들의 숙소로 활용하도록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서비스다. 여행자들은 자신이 묵을 집을 정하기 전에 기존 여행자들이 호스트(집 주인)에 대해 남긴 평가를 볼 수 있고, 호스트 역시 게스트(여행자)들의 평가를 볼 수 있다.
공동창립자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최근 ‘더 비즈 타임스’팀을 만난 자리에서 에어비앤비의 리뷰 시스템은 단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사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블레차르지크는 “우리 사업이 처음 시작했을 때 ‘낯선 사람을 자기 집에 들이려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것을 극복하게 한 것이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 양방향) 리뷰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생면 부지의 사람을 집에 들이고, 또 모르는 사람의 집에 들어가야 할 때 생기는 불신과 거부감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신분증과 온라인 프로필(페이스북 프로필 등)을 비교 확인하는 본인인증제도를 통해 유령 회원이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호스트와 게스트가 공모하고 리뷰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블레차르지크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숙소이용자들에 한해서 금전 거래가 일어난 이후에 리뷰를 받는다. 누구나 리뷰를 남길 수 있는 웹사이트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에어비앤비에서 갖추고 있는 250명이 넘는 ‘신뢰와 안전팀’은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에 이상 현상(사기 거래, 이상 결제 등)이 엿 보이면 바로 개입한다. 그게 우리가 신뢰성을 유지하는 방식이다”라고 덧붙였다. 신뢰도 구축의 결과 지난 8년 동안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게스트는 남한 인구를 넘는 6000만 명에 이른다.
허위 리뷰를 남기려는 기업과 이를 관리하려는 플랫폼 사업자의 전쟁은 앞으로도 한동안 치열하게 전개될 예정이다. 우회 마케팅 채널로서 일반 사용자의 리뷰가 양자 모두에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장혁수 부장은 “온라인 공간에서 고객들은 더 이상 광고나 브랜드 효과가 아니라 동료 소비자들의 구전 효과에 따른 정보 취득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이유를 붙였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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