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햄·소시지 등 가공육과 붉은 고기의 발암물질 분류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공육과 붉은 고기에 대한 식습관과 섭취량을 고려할 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일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섭취하는 수준은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0~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 결과 우리 국민의 가공육 섭취량은 1일 평균 6g으로 집계됐다. WHO가 발표 내용과 견줘받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최근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가공육을 매일 50g 섭취시 대장암 발생률이 18% 증가한다며 가공육을 발암 물질 1군으로 분류했다.
WHO는 또 매일 100g 붉은 고기 섭취시 직장암 발생율이 17% 증가한다고 밝혔지만 국내 소고기·돼지고기 등 적색육의 1일 평균 섭취량도 61.5g으로 위험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WHO는 적색육도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제한적일 경우인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적색육은 쇠고기, 돼지고기, 염소고기, 양고기 등이 있다. 가공육은 훈제, 염장, 보존제 첨가 등의 처리가 된 적색육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햄, 베이컨, 소시지 등으로 붉은 색을 내고 장기 보관을 할 수 있도록 아질산염이 첨가된 것이 많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아질산염 1일 섭취량도 WHO의 1일섭취 허용량의 11.5%에 불과했다.
식약처는 “대장암 발생위험이 18% 증가한다는 것은 대장암 발생가능성이 18%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 대장암 발생 위험이 1%라고 가정하면 가공육을 50g씩 섭취했을 때 대장암 발생 위험이 1.18%로 증가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가공육과 적색육 총 섭취량을 하루 평균 70g, 호주는 60~100g으로 권고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가공육과 적색육 총 섭취량은 1일 평균 67.5g으로 해외 선진국 권고량 수준이다. 식약처는 지금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앞으로 20~30년 내 위험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있다. 연령대·성별에 따라 섭취량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는데 특히 젊은 연령층의 섭취량이 높았기 때문이다.
가공육은 성장기 청소년층이 가장 많이 먹었다. 2013년 기준 10대 여성은 가공육을 하루 평균 11.2g을, 남성은 18.2g을 각각 섭취했다. 적색육의 경우 20대 남성은 하루 평균 112.4g, 30대 남성은 106.8g을 각각 섭취했다. 식약처는 이런 연령대의 경우 육류 섭취 시에 채소·과일을 함께 먹고, 탄 부분은 먹지 않고 적당한 운동을 해줄 것을 권고했다.
조리 방법도 중요하다. 삼겹살처럼 불에 직접 굽는 방식이 아닌 삶거나 쪄 먹으면 벤조피렌 등의 발생을 낮춰 암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공육의 경우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첨가하는 아질산염이 체내에서 니트로소아민 등을 합성하면서 대장암 발생률을 높일 수 있지만 채소와 함께 섭취하면 니트로소아민 합성을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학계 및 관련기관 등과 함께 외국의 섭취권고기준 및 설정 근거 등 관련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식생활 실태조사를 연내에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가공육 및 적색육의 섭취 가이드라인을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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