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환기업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2억 4000여만원을 내라”는 처분을 받았다. 2009년 4대강 사업 입찰에 참여했다가 다른 건설사들과 입찰 가격을 담합했던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2013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졸업한 뒤 겨우 몸을 추스리던 차에 예상치 못한 과징금을 받은 회사는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삼환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미 채무를 면책 받은 기업에게 뒤늦게 과징금을 물려온 공정위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황병하)는 지난해 말 삼환기업과 성지건설이 각각 “회생개시 전 담합 행위에 대해 회생 종결 후에 부과한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모두 원고 승소 판결했다.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에 따르면 채권자가 회생절차 개시 후 법원에 ‘회생채권(회생절차개시 전에 생긴 재산상 청구권) 신고’를 하지 않으면 채권은 소멸된다. 예외규정은 있지만 벌금·추징금·과태료 청구권 등만 명시돼 있을 뿐 ‘과징금’은 포함돼있지 않다.
대법원은 이미 2007년과 2013년 관련 판례를 내놨다.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 행정청이 기업의 과거 위법 행위를 적발했더라도, 회생절차를 거친 후라면 과징금 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공정위 과징금은 다른 행정청 과징금과 다르다’는 논리로 계속 처분을 해왔다.
안병훈 공정위 송무담당관 과장은 “조세나 부동산 채권에 관한 판례가 나오긴 했지만 공정위에 대한 판례는 없어 처분을 내리고 소송에서 다퉈본 것”이라며 “공정거래 관련 행위는 시간이 지난 후에 적발된다는 특수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현재 법원에서 심리 중인 다른 소송의 경과를 지켜보고 대응 방안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과징금 청구권이 채권면책 예외 규정에 포함돼야 한다는 논의는 도산법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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