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성산읍 일대의 한 오름(봉우리) 정상. 제주신공항 입지로 선정된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본 성산읍 일대는 영락없는 시골이었다. 논밭이 펼쳐져 있는 가운데 수풀들이 사이사이를 채웠고 주택 위에 위치한 빨간 혹은 파란 지붕들이 한적한 농촌 그대로다.
지금 이 지역엔 상수도 시설도 없고 60여가구가 조용히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지만 10년쯤 후엔 최첨단 기술이 집적된 공항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150만평 규모 신공항이 완성되면 현 제주공항(107만평)보다도 크고 인천국제공항의 4분의 1에 이른다.
제주시는 신공항 건설을 당초 정부 방침보다 2년을 앞당긴 2023년에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제주 지사는 전날 열린 간담회에서 “2020년이면 기존 제주공항 하나만으론 항공수요를 다 충당할 수 없다”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간소화하고 설계·시공을 동시에 진행해 정부계획 보다 2년 앞당긴 2023년에 신공항 건설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지사는 “그 사이에 초과되는 항공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한항공 정석비행장 임시 사용을 검토할 것”이라며 “정석비행장은 안개 일수가 많고 활주로가 짧은데다 터미널 편의시설이 없지만 자가용 비행기나 부정기 항로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석비행장은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대한항공의 조종사 훈련 비행장이다. 길이 2330m에 폭 45m 활주로를 갖추고 있고 현재 한국항공대의 비행 훈련장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원 지사는 “공항 인근부지에 금융·비즈니스·쇼핑·관광기능을 복합한 에어시티(공항보합도시)를 만들 것”이라며 “서울과 부산처럼 은행이나 증권거래소 등을 유치하는 형태가 아니라 우수한 인터넷 인프라와 특구로서의 자유로운 이미지를 활용해 국내외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대형금고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수요 충족을 위해 신공항을 건립하는 걸 넘어 신산업을 결합하는 쪽으로 도시를 재설계한다는 의지다.
문제는 주민들의 반발이다. 제2공항반대 온평리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낮은 토지수용 보상기준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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