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주식 전문가 행세를 하며 거짓 소문으로 주가를 올려 부실기업 주식 217억원 상당을 팔아치운 일당이 무더기 검거됐다.
피해자는 경찰 추산 1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낮은 은행 금리 탓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려고 쌈짓돈을 굴린 공무원·퇴직예정자 등 서민들이었다.
3일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장외주식 카페를 개설·운영하며 회원 4만여명을 대상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카페 운영자 겸 작전 브로커 이 모씨(40), 부실기업 대표 이 모씨(62) 등 총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해당 카페 영업부장 정 모씨(48·여) 등 42명은 불구속 입건하고, 해외로 도피한 브로커·기업 연결책 이 모씨(44)는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 이씨 등은 부실기업 대표·경영진들에게 비상장 장외 주식 매매를 위탁받아 카페 회원 4만여명을 대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시세보다 부풀려 약 217억원에 매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 이씨는 영업부장 정씨와 공모해 투자자문 카페 6곳을 확보하고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장외주식 고수’라고 허위 사실을 광고해 무료 회원 4만여명을 모집했다. 이후 회원들에게 문자·전화로 일대일 상담을 하며 ‘해외 시장 수출 기업으로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이 특허를 받고 상용화되면 수백조원 매출이 예상된다’ ‘내년 코넥스 시장(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3~4배 수익이 예상된다’고 가짜 정보를 흘리며 투자를 권유했다. 특히 ‘대표이사와 통화 후 매수를 결정하라’는 식으로, 내부자 정보처럼 오인할 수 있는 말도 덧붙였다.
브로커 이씨 등은 이같은 수법으로 부실기업 9개 회사의 주식 217억원 상당을 팔았다. 주식 매도 대금은 법인대표와 6대4로 배분하기로 약속했다. 자신들이 고용한 주식판매 전문 영업부장들에게는 판매대금의 8~12%를 수당으로 지급하기로 비밀 약정했으며 실적에 따라 하루 최대 100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일부 카페는 불과 6개월여 만에 50억원의 불법 수익금을 취득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수입은 일일 정산해 흔적을 없앴다.
이들은 자신들이 팔아넘긴 부실기업 주식을 단 1주도 매수하지 않았다. 특히 브로커 이씨은 실제 주식을 해본 경험이 전무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구속된 부실기업 대표 이씨는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전문 주식 판매원들을 고용해 유사수신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사업설명회 형식을 빌려 투자자들에게 특정 종목에 대한 시세조작 풍문을 유포하고 부실기업 주식 68억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최근 몇 년간 매출이 전혀 없어 재무제표를 작성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한 회사인데도 투자자들이 기업분석 자료를 구할 수 없다는 점을 노려 1주당 100원짜리 주식을 2000원에 부풀려 매도했다. 매각 대금은 대부분 회사 홍보비로 지출하고, 일부는 대표이사 대여금으로 돌려 회사 부채로 분식 회계 처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 대부분이 장롱 통장에 묶여있던 100만~5000만원 가량의
경찰은 이번 사건처럼 인터넷·휴대전화 문자 서비스를 기반으로 무인가 업체들이 음성적으로 주식 거래를 유도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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