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017년 폐지 예정이었던 사법시험을 4년 더 유지하자는 공식 의견을 내놓은 가운데 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과 교수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법무부 발표가 있던 지난 3일 이후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로스쿨 학생회는 물론 지방 로스쿨 학생회에서도 집단 자퇴와 학사 일정거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 로스쿨 학생협의회 소속 학생회장들은 4일 법무부 인력조사과를 항의 방문하고, 국회 법사위원장 면담신청 등을 통해 학생들의 강경 입장을 전달했다.
이철희 로스쿨 학생협의회 회장(충북대)은 “로스쿨 제도는 국민적 합의를 거쳐 도입된 것으로 예정대로 사법시험을 폐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은혜 로스쿨 학생협의회 부회장(이화여대)은 “법무부가 신뢰도 낮은 설문조사 하나를 근거 삼아 사시 폐지 유예 입장을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로스쿨 학생협의회는 전국 25개 대학이 자퇴서 제출과 학사일정 거부 등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로스쿨 학생회는 3일 총회를 열고 학생 전원 자퇴서 작성을 의결했다. 로스쿨 재학생과 휴학생 포함 전체 인원 480명 중 350명이 투표에 참여해 292명이 찬성했다. 또 모든 수업과 기말시험 등 학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다음 학기 등록도 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대 로스쿨 3학년생들은 법무부가 주관하는 변호사 시험도 거부하고 나섰다. 총 94명 중 89명이 찬성했다. 서울대는 집단 행동 불참시 로스쿨 커뮤니티 박탈, 실명 공개 등을 의결하며 강경대응하고 있다.
이날 총회를 연 다른 로스쿨 학생들도 집단 자퇴와 학사 거부를 결의했다.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이화여대, 건국대, 한국외대, 중앙대 등 학생회는 이날 긴급 총회를 소집하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박수권 건국대 로스쿨 학생회장은 “그간 로스쿨은 사법시험 폐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본래 로스쿨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왜곡된 방식으로 운영돼왔다”며 “정부가 어떤 식으로 로스쿨과 사법시험 제도를 병행해서 운영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나온 이번 유예 결정은 로스쿨 운영을 계속 왜곡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스쿨 교수들의 반발도 거셌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로 이뤄진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4일 서울 중구 협의회 사무실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사법시험과 변호사 시험 등 법무부가 주관하는 시험 문제 출제를 일절 거부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일부 로스쿨 교수들은 로스쿨 인가 반납까지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종호 건국대 로스쿨 원장은 “사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것”이라며 “로스쿨 제도를 개선하는 쪽으로 정부가 움직여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사시를 존치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시 합격에 보통 6~7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시는 엄청난 비용이 드는 시험”이라며 “사시만이 ‘개천에
윤태석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에서 한해 1800~2000명씩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니 기성 변호사들이 로스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만들고자 사시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슬기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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