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SOS 생명의 전화’ 사무실에서 한 여성 상담원이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SOS생명의 전화] |
모두가 잠든 지난 15일 새벽 2시, ‘SOS 생명의 전화’ 사무실에 정적을 깨고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지는 ‘마포대교’. 다리 위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를 든 한 여고생은 한참을 소리 내 울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강남에서 마포대교까지 무작정 10여㎞를 걸어 왔다는 이 여학생은 극한 스트레스에 절대 해서는 안 될 선택을 고민하고 있었다. 상담원은 침착한 목소리로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것 보다 학생의 삶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여기서 포기하지 말고 다시 화이팅하자”고 끊임없이 여학생을 독려했다. 손에 땀이 흐르는 긴장 속 상담원의 수화기로 “저에게 힘을 주세요. 여기에서 택시를 잡고 다시 집으로 갈 수 있죠?”라며 한결 밝아진 여고생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성탄의 축복이 가득한 연말이지만 서울 종로구 ‘SOS 생명의 전화’ 사무실에는 연방 울리는 전화에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하루에만 “죽고 싶다”는 고통을 호소하는 전화가 91통이 걸려왔다고 한다. 이 중 생각도 해서는 안될 마음을 먹고 한강 다리를 찾아온 사람이 걸어온 ‘위기 전화’도 9통에 달했다. 다행히 상담원의 진심 어린 대화와 설득으로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상담사들은 수화기 넘어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에서야 조심스럽게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운영하는 ‘SOS 생명의 전화’는 극심한 심적 고통으로 자살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곳이다. 상담을 위해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상담원들이 365일 24시간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설치되기 시작한 생명의 전화는 지난 5년간 4300명의 소중한 생명을 죽음의 문턱에서 살려냈다.
상담원들은 수화기를 통해 가정폭력으로 상처받은 사람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성적과 진로 문제로 겪고 있는 청소년들은 수화기를 들고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린다. 등록금, 취업문제로 힘들어하는 대학생들은 주로 “사람 답게 살고 싶다”는 취지로 절규한다며 상담원들은 한숨을 쉬었다.
한 상담원은 기자에게 “생명의 전화 수화기를 드는 사람들은 낭떠러지에 몰린 이들”이라며 “‘죽고싶다’는 울부짖음은 사실 ‘정말 살고 싶다’ 말”이라고 전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게 생명의 전화 상담원들의 공통된 생각이자 답변이다.
또 다른 상담사는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고 수화기를 든 사람들 가운데 60~70%는 고민을 속 시원히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세상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주변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서태욱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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